 nory77 |
등록일:
2007-12-24 22:15:27 , 조회:
1,132 |
전 어릴때부터 아토피를 앓아온 30의 아토피안 이에요.
탈스 후 좀 나아졌고, 결혼도 했지만, 제 고통을 고스란히 아가에게 물려줄까봐 전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요즘 대운하 공약이 때문에 숨이 막힐꺼 같아서. 너무 답답해서
혼자라도 왜 안 되는가 하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싶어 관련 글들을 찾아보고 있답니다.
대운하 공사를 하게 되면 밑의 글에서 밝힌 위험하다는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적으로 매우매우 높아질꺼에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반대해 주셨음 좋겠어요!!
류성희 씨는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을 뿐이며, 그의 남편도 모바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프로그래머로 살고 있다.
이 부부의 운명이 바뀐 순간은 일원동으로 이사온 지 6개월쯤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일원동에는 수서 지역난방공사가 있고, 정확히 류성희 씨의 전셋집과는 1.2km 떨어져 있다.
태어날 때는 건강했던 류성희 씨의 딸 수지에게 두 살이 되던 어느 날
백화점에서 갑자기 생겨난 뾰루지는 불과 몇 분 만에 수지의 온몸을 뒤덮었고, 이때부터 이 부부의 삶은 바뀌었다.
병원에 가봐야 도대체 그저 조심하라는 얘기 정도나 듣던 류성희 씨는
시댁으로부터 ‘몸가짐’에 대한 엄청난 압력에 시달렸고, 예전에 잠깐 피웠던 담배나 술 혹은 심지어 화장품까지 의심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주지는 않아 심각한 우울증 증세에 빠져들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환경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젊은 어머니로서 딸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위한 마지막 선택 같은 것이었다.
물론 대학원에서도 답을 찾을 길은 없었지만,
생협과 유기농, 그리고 맑은 공기가 수지가 정상적인 어른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정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에 서울에서 공기가 가장 맑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서초구 우면동으로 이사를 하였다.
물론 수지의 아토피는 전라도 시골에 있을 때에 비해서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였고,
요즘은 주말이면 남편과 지방에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우면동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미세먼지 발생량이 서울에서 높은 곳 중의 하나이고,
아토피 발생률도 서울에서는 2~3위를 다투는 곳이다. 다만 반포나 강남역 일대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내 주위에는 피엠텐(PM10)이라고 부르는 미세먼지와 아토피의 관계
그리고 공사장과 도시 생태에 대해서 일종의 작은 전쟁을 벌이는 여성들이 있다.
최근 초록정치연대의 농업담당 간사로 자원활동을 시작한 류성희 씨가 그렇고
박사과정에 피엠텐 문제로 새로 연구를 시작한 약사출신의 어느 어머니가 그렇고, 스물다섯까지 아토피를 앓았던 나의 아내가 그렇다.
최근에 출간한 졸저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어머니들이 평소에 외치던 절규를 담은 내용이다.
이 여인들은 서울의 공사장과 소각장을 아토피의 직접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고,
이들에게 생협을 통한 유기농 음식을 먹이는 것과 공기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 외에는 아토피를 완화시킬 방법이 없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도시 전면 재개발이 더 많은 아토피 아이들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도 부끄럽지만 졸저를 내게 된 것은 이 어머니들의 외침을 책으로 출간해줄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 어머니들의 외침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들어줄 출판사나 신문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다.
주위의 가임여성들이나 이미 아토피 아이를 출산한 여성들은 심각한 우울증과 인권유린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가 아픈 것은 어머니가 아플 수도 있고, 아버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토피나 유아 천식과 같은 병들은 ‘환경성 질환’으로 피엠텐과 같은 미세 오염물질이 거의 즉각적이다.
그런데도 시댁을 비롯한 남편들은 ‘며느리’와 ‘부인’의 부주의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아프다고 얘기해줄 사람이 한명도 없는 이 시대에 우리의 젊은 엄마들은 심한 인권 문제에 노출되어 있고,
우울증 혹은 스트레스성 비만에 고통받고 있다.
이 어머니들에게 ‘당신 때문이 아니다’라는 작은 메시지 하나와,
지금처럼 농토를 투기 대상으로 보고,
그나마 아토피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작은 유기농 농장도 아파트와 골프장으로 바꾸자고 하는 세상에 대해서,
제발 이 아이들을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지켜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3kg가 채 되지 않는 아이가 천식으로 울고 있는 걸 보면서 책 쓰는 2주 동안 내내 울었다.
우는 것 외에는 아프다고 얘기할 수 없는 0세의 영아들 모습을 떠올리면서, 정말이지 내내 울면서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갔다.
아버지로서, 이제는 어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고, 성인으로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다.
10세 미만의 12%가 아토피 환자이고, 23%가 천식 환자이다.
그나마 이 국민보험관리공단의 진료자료는 자가치료와 한방치료가 빠져 있는 대단히 보수적인 수치이다.
서울 중구의 49.8%를 필두로, 강남의 35.2%의 0~4세 아이가 아토피 환자이다.
최고 기록은 대구 중구의 64.2%이다. 더 눈물나는 것은 이 아이들의 10%가 미세먼지로 인하여 저체중 아동이며,
이들은 폐와 같은 호흡기가 90% 정도밖에 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정상활동을 할 수 있지만,
노화가 시작되면 이 발육부진으로 인하여 일찍 노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추정한 것이 4~8년 정도는 수명이 줄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이라는 질문에 떠오르는 ‘분’은 세기의 어머니였던 오드리 헵번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될 오드리 헵번과 같은 분이 정말로 필요하다.
가부장 제도와 전쟁에 익숙한 ‘강한 남자’들은 도대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골프장에서 ‘비지니스’ 하느라고 정신없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그들이 치는 골프장이 오염시킨 물들을 아이들이 먹고 어떤 아픔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서울에 새로 짓는 수많은 아파트와 크고 작은 건물들 바로 옆에서 자라나고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아무 일’도 없고,
입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나 환경부의 보건담당자가 책이 출간된 후 필자에게 한 얘기이다. 과연 아프지 않을까?
예방의학전문의 건국대 권오장 교수는 자동차 매연도 아이의 키에서는 정면으로 들이마시게 되는 것처럼
어른들은 참을 수 있는 미세먼지도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며 필자에게 이 외침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셨다.
집 근처의 건축현장에서 정면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아이들의 크고 작은 질병에 대해서 관심 있을 사람은
이제는 수많은 유기농 장사꾼들이 아니라 ‘생명’을 외치는 한살림을 비롯한 몇 개의 생협 밖에는 없는 듯하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을 때, 아이도 살고, 농업도 살고, 나라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작은 결론이다.
‘살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 정면으로 서 있던 지난 몇 달간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대한 질문은 결국 한살림이,
어머니들이 지금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명’이 작은 소리에서 시작하듯이, 주부우울증과 스트레스 그리고 식구들의 인권유린에 숨죽였던 어머니들이
한살림에서 만나 시작한 아토피 어머니들의 ‘소곤거림’에 이 회색의 죽음을 거두어낼 생명과 평화의 싹이 피어오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땅에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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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초록정치 연대 정책실장, <아픈 아이들의 세대>글쓴이 2005.4. 호 한살림 칼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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