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stbr |
등록일:
2007-04-13 18:05:21 , 조회:
1,120 |
헤르페스 바이러스 2차 감염으로 10일동안 충대병원에 입원하고 나왔다 -내가 본 아가 얼굴 중 최악이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폭탄이 옆에서 터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웬만한 짓물딱지와 피범벅 얼굴에는 무던해져 있던 우리 부부였지만 이 때만큼은 애 얼굴을 보면서 " 병원 가면 아무래도 입원하라고 할 것 같지? " 역시였다. 작년 가을 심해지기 전까지 다니던 소아병원에 가니 대학병원가 입원하라고 소견서를 써 주셔서 바로 가 입원.. 할머니 소원대로 된 일이었다. 양의 치료하다 중단한 우리 부부한테 친정 엄마는 제발 얘 좀 데려가서 입원 좀 시킬 수 없냐고 입버릇 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항바이러스 주사로 치료하긴 했지만 하루 4번의 wet dressing (식염수를 거즈에 묻혀서 10-15분정도 붙이고 있음)은 상당히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의사들 말로는 이런 아토피 2차감염에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란다. 우리 애는 얼굴과 가슴 위, 다리 전체에 드레싱을 했다.
얼굴은 점차 가라 앉으면서 화상환자 같이 되었고 다리는 병원 들어가기 전까지 기저귀 한 번 갈면 각질이 한주먹씩 떨어지는 코끼리 다리였는데 정말 많이 부드러워 졌다.
퇴원할 때 역시 락티케어 바르고 보습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아토피는 초기에 잡아야 한단다.
아토피... 정말 모르겠다. 병원에 입원할 때 담당 주치의가 아토피 관리 요령 설명해 줄 때 내가 그랬다. " 선생님, 저 시험봐도 돼요. " 그랬다. 물론 안다고 거기서 해주는 것도 별로 없지만 시험봐도 거의 만점 받을 만큼 설명듣고 인터넷 뒤지고... 초기에 못잡은 무지한 엄마 탓에 애가 이 고생인가.
작년 양의 치료 받으면서 박트로반과 락티케어로 버티다가 모유 끊으라는 말에 9개월 짜리 정신병 걸리는거아닌가 걱정될 만큼 모질게 3일만에 끊고 HA 시작했지만 여름에 잠시 좋아졌던 아이 상태는 가을이 깊어지면서 심해져만 갔다.
결국 한의로 치료 전환해서 이제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은 진물은 나지 않고 붉은 아슬아슬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퇴원하고 나니 남편이 " 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시는 분이 주셨단다. MBC 스페셜 피디 하던 분이 쓰신 책인데 숲에서 아토피 치료한 사례가 나와있었다.
그동안 공기 좋은데 가야 났는다는 말 숱하게 듣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사례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그렇쟎아도 병원 입원 해 있는 동안 더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 시골집이라고 어디 알아보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나름 대안을 찾은 것 같다.
어제 천연벽지로 도배한 집에 와서 처음 잠을 잤다. 과연 우리 애한테도 효과가 있을지.. 검증하기 까지엔 적쟎은 시간이 걸리겠지. 그러다 보면 그것땜에 좋아진건지, 저것 땜에 좋아진건지.. 좋아지겠지..
그래도 숲으로 가고 싶다. 숲으로 가면 아이도 아이지만 내가 살 것 같다.
아토피 아이와의 1년 3개월... 대전 충청지역 최고 아토피 아가라는 영광(?)스런 닉네임의 우리 예쁜 딸네미와
의 삶은 나의 30여년 인생의 모든 고통과 가치관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다.
죽고 싶은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이젠 감사한 마음이다. 고통받는 이들, 특히 아픈 아이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애 낳아서 두 딸 예쁘게 키웠다면 죽었다 깨나도 그 마음, 그 심정, 그 절망과 절규를 알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데리고 숲으로 , 숲이 없으면 몇그루 나무 옆이라도 가 봅시다. 그리고 화원에도 가서 대대적인 쇼핑을 즐겨보시길.
부디 힘내세요! 어차피 견뎌야 할 시간입니다. 힘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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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순이
돌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