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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5-12-09 14:50:34 , 조회:
1,125 |
어제 우리병원 홍보팀에서 전화가 왔다.
어느 한방병원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연구를 하여 아토피 피부염이 아이들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한방에서만 보도가 나가면 믿지 않기에 양방에서 자료를 얻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각 병원마다 홍보하느라고 바쁘다는 생각은 든다. 그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분의 설명에 의하면 아토피 피부염은 부모들이 먹는 것을 제한하고 아이들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성장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자라지 못하지 않느냐고 구체적으로 물어왔다.
예전에 아토피 피부염으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않아서 구루병이 생긴다는 보고를 하였었는데(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선식만 먹고 생긴 구루병) (아토피 피부염 예방을 위한 선식치료)이러한 케이스보고 말고,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성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알지 못하기에 나는 모른다고 말하였다.
아토피 피부염과 성격과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논문을 본 적은 있지만 키가 크는 문제는 보지 못하였기에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몇 개의 논문을 찾았고 그 논문 초록을 이곳에 번역하고자 한다.
그중 가장 믿음직한 논문을 정리해 보겠다. 리뷰한 것이기에 진실에 가깝지 않나 여겨진다. 그러나 원문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저널은
Exp Clin Endocrinol Diabetes. 2002 Apr;110(2):53-9. 이고 제목은 Delay of growth and development in children with bronchial asthma, atopic dermatitis and allergic rhinitis. 이다.
초록)
기관지 천식,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환아에서 사춘기가 늦어지고 골격발달이 지연되며 키가 적절히 크지 않는다는 보고는 그 병의 심각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아토피와 골격발달간의 관계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토피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예를들어 기관지 천식,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아이들은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정상아이들보다 두배에서 다섯배가 높다는 연구내용은 성장이 아토피 자체에 의해, 즉 유전적으로 결정된 사항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과 연관된 아이들에게서 저성장이 높게 나오는 것은 특별히 이러한 성장이 심각하게 앓는 질환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골격발달 지연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서 두 배정도 많이 발생하고 골성장발달이 비아토피성 천식환자보다 아토피성 천식환자에서 뚜렷하게 지연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아토피 자체로서 저성장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항목이다. 아토피가 있는 사람에서 성장이 지연된다는 것은 아토피와 골대사의 병리기전의 해석에 의해서도 지지받고 있다.
성장에 PGE2는 골대사에 중요한 요소이며 알레르기 반응의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혈소판활성물질(Platelet activating factor)는 알레르기의 강력한 화학물질인 동시에 골형성에서 PGE2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련성은 성장에 관여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 아토피에 의해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로인해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에서 성장이 늦어진다고 설명될 수 있다.
이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성장 요인들인 PGE2, PAF와 IGF I 과 같은 물질들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성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것은 또한 골 성숙에 관여하는 다양한 호르몬의 가능한 효과에대해서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아토피는 성장과 발달을 감별하는 진단에서 감별진단 항목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초록 끝)
이 리뷰로 보아서 아토피 자체로 저성장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인해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정상아이보다 저성장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리뷰 저널의 의견을 반박할 수 있는 잘 디자인된 논문이 나왔을 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임상 연구가 매우 힘들다. 연구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한방선생님의 노력은 이해하겠지만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뒤엎을 정도의 파괴력이 없다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이 병원에서 결과가 매스컴을 타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우리 병원 홍보팀은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2005년 10월 29일
위 내용은 2003년 쯤 쓴 것인데 오늘 뉴스 하나를 이와 관련하여 보게 되었다.
알레르기 비염 어린이 절반이 저 신장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의 절반 정도는 ‘저 신장증’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가 전문인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최근 비염, 천식, 축농증, 아토피 피부염 등이 있는 초-중학생 200명을 조사한 결과 51%인 102명이 저신장증이었다고 최근 대구서 개최된 국제동양의학회에서 발표했다. 저신장증이란 같은 또래 100명 중 키가 3번째 이내로 작은 경우로, 성장호르몬 주사 등 성장치료의 대상이 된다. 또 이들의 70% 정도가 학교 성적이 평균 이하였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김 원장은 “만성적인 코막힘이나 기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는 숙면이 어렵고 자주 깨어 있는 상태가 되므로 취침 중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지기 쉽다”며 “코가 막히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뇌의 산소 공급량도 부족해져 학업 성적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소청룡탕, 형개연교탕, 보중익기탕, 귀비탕 등의 탕약을 처방한 결과 비염 증상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키도 크고, 학업성적도 좋아진 사례들을 학회에서 발표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 병원에 온 12세 여자 초등학생의 경우 2003년 12월 초진 당시 키가 또래 평균 키보다 12cm 작았으며, 성적도 반에서 하위 30% 수준이었다. 그러나 소청룡탕과 소건중탕을 6개월간 처방한 결과 비염 증상이 크게 호전됐으며, 치료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2005년 6월에는 또래의 평균 키보다 오히려 5 cm 이상 커졌다고 밝혔다. 역시 알레르기 비염이 심했던 15세 남자 중학생의 경우, 소청룡탕에 청뇌탕을 6개월 정도 복용한 결과 비염 증상이 좋아지면서 학업성정도 100명 중 55등 수준에서 8~10등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김 원장은 소개했다.
/이지혜기자 wigrace@chosun.com
[이 내용을 보고 나서 이지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보통은 답장이 오지 않는데 이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지혜 기자님에게
가을인데 건강하신지요.
의학 기사는 유익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항시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은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일반인들은 건강을 취재하는 기자들보다 건강 정보에 대해 더 무지하기에 항시 균형잡힌 건강 뉴스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기자 분이 쓴 '알레르기 비염 어린이 절반이 저 신장' 이라는 뉴스는 매우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건강한 아이들보다 저 신장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한의원에서 조사하여 발표하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을 확인한 것이기에 기사로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저신장이 된 원인을 단선적으로 파악한 것과 연구되지도 않은 몇가지 경험을 일반화시킨 것은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즉 기사는 한의원을 선전하는 정보입니다.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말하지 않은 것보다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보호자들은 자신의 아이가 저신장이고 비염이 있다면 그 한의원에 가서 치료하면 나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질 것입니다.
왜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탐욕이 가장 큰 죄라고 여겨지는데 이의 원죄는 기자분이거나 한의원 원장일 것입니다.
만일 기자분이 한의원으로부터 어떠한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즉시 이 기사를 취소하거나 균형잡힌 문구로 정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이를 밑에 '영동한의원 협찬'이라는 내용을 고지해야 할 것입니다.
좀더 균형있고 심도있는 기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한만용 드림.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2005년 11월 4일) 답장을 받았다. 편지를 싣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이곳에 옮기겠다.]
한 선생님,
의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많은 부분 동감하고 있습니다.
의학 기자를 맡은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 약학과 법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려고 소신껏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선생님께서 언급하시는 기사를 쓴 적이 없는데, 혹 잘못 보신 것이 아니신지요.
어디서 제 이름이 난 기사를 보셨는지,
확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참고로 저는 영동한의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경제적 이익' 지적하신 부분인데, 제 양심을 걸고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그런 일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 오해들이 왕왕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모든 기자에게 적용하시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조선일보 이지혜 기자 드림.
[선후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기자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 일반인들이 의사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만큼이나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기자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하니 기사를 쓴 분을 찾아서 문제제기를 하였으면 한다.]
* 출처: 분당 차병원 소아 알러지 한만용 전문의 홈페이지 (http://www.drhan.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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