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ongsan |
등록일:
2002-12-01 13:29:30 , 조회:
296 |
때 이르게 찾아온 독감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 국립보건원은 독감이 평소보다 3주일가량 이르게 발생해 급속도로 번져가자 ‘독감주의보’를 내렸다. 환자 발생이 주의 수준인 1000명당 3명을 넘어 4.47명에 이르자 서둘러 주의보를 발령한 것이다. 이르게 발생했고 또 예년의 경우보다 훨씬 늦은 내년 5월까지 독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강타한 독감은 파나마A형이다. 전염성이 아주 강하고 증세도 독하고 끈질겨 치유가 쉽지 않다.
독감은 유행 시기에 전 인구의 10~20％가 감염되는데 대유행 시기에는 무려 40％까지 감염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독감의 대유행을 점쳐왔다. 일정 주기로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는 독감이 발생한다는 주기설 때문이다. 20세기의 4대 독감 중 하나였던 지난 77년 러시아 독감 이후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보건 당국이 잔뜩 신경을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 파나마A형 독감이 그다지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예년보다 발생 시기가 앞당겨진 사실 때문에 이후의 전염 속도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심한 근육통과 고열 그리고 뼈마디를 저미는 듯한 고통으로 환자들이 울다시피 병원을 찾는다는 지독한 독감의 존재를 집중 파헤쳤다.
●독감의 정체
독감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BC 5세기쯤. 그러나 그 전에도 존재했으리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류의 적’이라 할 만큼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A·B·C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형의 귀신이면서 생명력 또한 엄청나게 질기다. 자신을 노리는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금세 이를 제압하는 힘을 갖춘다. 치료제의 공격을 피하는 이른바 변이 인플루엔자다. 당해년에 제대로 백신이 먹히다가도 이듬해에는 1년 전 백신이 듣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스트(사람)의 면역체계를 피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사람의 면역체계를 피해서 삶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고 난 뒤 비활동기간에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조차 아직 밝혀진 게 없어 근본적인 치유가 어렵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다. 문손잡이, 전화기, 컴퓨터 자판 등에서도 충분히 이동(전염)할 수 있다. 공기 중에서 최대 48시간 동안 죽지 않고 버틴다. 독감이 유행할 때 손발을 깨끗이 씻으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감기와 독감
증세가 비슷하고 우리말로도 유사해 보이지만 독감과 감기는 별개다. 우리말로는 ‘독한 감기’가 독감인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독감과 감기는 원인이 다른 전혀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A·B·C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기는 라이노 바이러스, 콕사키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다. 우리말과 달리 영어로는 감기(cold)와 독감(influenza)은 확연히 구분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40)는 “감기는 합병증의 위험이 크지 않고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독감은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뿐더러 합병증도 적잖아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라며 새삼 주의를 환기했다. 독감의 위험성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감기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감기는 개인에 따라 증세의 차이는 있지만 1년에 100명 중 90명 정도가 걸리고 또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독감은 물론이고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변종이 워낙 많아 완전 퇴치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2000만명을 휩쓸어간 스페인 독감
지난 20세기 독감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1977년 러시아 독감이 4대 독감으로 꼽힌다. 20세기 최악의 독감은 스페인 독감이었다. 2년 동안 무려 2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전 세계를 독감 공포로 떨게했다. 올해 유럽에는 ‘킬러 슈퍼’라는 전염성과 그 증세가 엄청난 인플루엔자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21세기 초반 다시 ‘스페인 독감’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스페인 독감뿐 아니라 57년에는 일본에서 7700여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68년에도 200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 97년 홍콩 조류 독감이 의료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전에 조류의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다 무엇보다 초강력 독감의 대유행 주기와 맞아떨어질 만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독감의 대유행은 10~20년 주기로 발생한다. 자세한 피해상황은 나와 있지 않지만 인류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던 77년 러시아 독감 이후 딱 20년 만이었으니 전 세계가 긴장할 만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사라졌다.
●독감 작명법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파나마 독감, 하얼빈 독감, 싱가포르 독감, 시드니 독감 등 지명(地名)을 딴 이름이 붙어 있다. 독감의 이름은 특정 독감 인플루엔자가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호주에서 발생했더라도 호주 역학조사에서 발견되지 않다가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견되면 콩고 바이러스가 되는 식이다.
●독감을 이기는 법
독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을 맞는 것. 예방 접종을 하면 70~90％는 예방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이라는 늦지 않으니 예방 접종을 하라고 권한다. 내년 5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65세 이상의 노인,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만성 신장질환, 당뇨, 간경화, 악성종양 환자 등은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 자칫 감염될 경우 합병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폐렴, 급성 기관지염, 심근염, 라이증후군 등이 있다. 또한 이런 환자에게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는 사람, 즉 가족이나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인들은 예방 접종이 필수적이다. 백 교수는 “어린이는 대부분 합병증 치료 없이 자연치유가 잘되기 때문에 예방 접종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해득실을 잘 따져서 접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또한 생후 6개월 이하 유아와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을 하지 않는다. 백신이 부화란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직장인, 수험생 그리고 큰일을 앞둔 사람들도 백신을 맞아두면 좋다. 직장인의 경우에 백신을 통해 결근 일수가 4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가족이나 학교, 직장 등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특히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손발을 깨끗이 씻는 일은 물론 독감에 걸린 환자는 가급적 동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에티켓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예방법으로는 실내온도를 섭씨 20도가량으로 맞추고 습도를 50 ％ 정도로 올려주면 효과가 있다. 습도를 올리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가습기 청소는 반드시 해야 한다. 만일 독감에 감염된 환자가 불결한 가습기를 통해 나오는 세균에 2차 감염되면 자칫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이 독감예방의 구호다.
어린이가 감기나 독감에 걸려 열이 높을 경우 과거에는 열을 내리기 위해 찬물, 혹은 알코올로 몸을 닦아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 방법이 어린이에게 오히려 한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에 따라 체온보다 낮은 온도의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는 것이 권장된다. 독감의 치료에는 먹는 치료제 타미플루, 항바이러스 제재인 아만타딘, 리만타딘 등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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