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토피아 |
등록일:
1999-10-19 10:03:35 , 조회:
8,726 |
* 예전에도 한번 쓴 기억이 있지만 다시 정리해서 올립니다.
우리 아이가 아토피....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그냥 주위분들이 태열이라고 하며 '다 크면 낫는 병이다.. 걱정마라.... 뭐 먹으면 싹 난다.... 누구는 뭐하더니 좋아졌더라....어디 병원이 용하다더라 한번 가봐라....뭐 먹으면 않된다....치료되지 않는다....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더라..... 사춘기 지나면 없어진다......결혼하면 없어진다.....'등등
혼란하기 짝이 없고 병원가도 속 시원하게 대답도 않해주고.....아이는 매일 긁적이며 잠 못이루고.... 가려워 죽겠다고 하고... 밤새 아이곁에서 가려운곳을 긁어주느라 엄마 팔도 다 망가지고.... 가족들도 모두 침울한 상태로 하루도 기쁜날이 없고 한숨만 나오고......길가다가 아무나 잡고 물어보고도 싶고..... 누가 그 치료법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너무나 답답하고 앞이 막막하실줄 압니다. 저의 부모님들도 저 하나때문에 이제껏 마음놓고 편히 지내신 날이 없거든요. 고생도 엄청 하시구..... 그래서 항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꼭 보답해드리겠다고 다짐만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부모님들께 아이(청소년 포함) 의 아토피를 이해하고 치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몇마디 올리고자 합니다.
1. 아토피의 가려움은 정말 참을수 없는 고통입니다.
보통 집안에서 아이가 벅벅 긁고 있는것을 보면 "긁지마 !" 라는 소리부터 튀어나올것입니다. 하루에도 몇번 몇십번씩 말이죠.물론 긁으면 피부가 상하고 아토피가 더 심해질것을 염려해서 하시는 그 마음은 백번도 이해하지만 우선 그러기전에 한번쯤은 아이의 가려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토피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의사든 부모든 아무도 그 느낌과 괴로움을 알 수 없습니다. 특히 가려움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죠. 가려움이란 보통 긁으면 즉시 해결되고 시원한 것이 보통입니다만 아토피에 있어서의 가려움은 그런 가려움과 차원이 다릅니다. 막연히 가렵다라고 생각하시고 만다면 그건 아토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것입니다.
아토피의 가려움은 긁지말라고 해서 그칠수 있는 그리 시시한 가려움이 아닙니다. 피부만의 가려움 아니고 저밑 깊은곳에서 끊임없이 느껴지는....가려움의 차원을 떠나 한마디로 고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아무리 긁어도 또 가렵고 또 가려움것입니다. 아이가 가려워 긁을때는 극도로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선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옆에서 단순히 "긁지마"라고 쉼없이 외쳐대고 그 손을 강제로 떼어낸다면 아이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와지고 스트레스까지 받아 더욱 가렵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속도 몰라준다고 오히려 그런 엄마를 속으로 미워하고 보라는듯이 더 긁어댈것입니다. 만약 누가 머리카락으로 당신의 콧속을 마구 간지롭힐때 옆에서 긁지말라고 하면 어디 참을수 있습니까? 참는다고 참아보면 아마 눈까지 충혈되고 가려워 환장하고 미칠노릇일겁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아토피의 가려움은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긁을땐 큰 소리로 긁지말라고 외쳐대기보단 따뜻한 한마디가 아이의 그런 가려움을 누구러트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니, 우리 아가... 조금만 지나면 다 깨끗해지고 가렵지도 않을거야... 누구도 그러다가 지금은 말끔히 다나서 피부가 비단보다 더 고와졌다고 하더라..... 너도 이제 그렇게 좋아질텐데 이렇게 긁어대서 나중에 흉터라도 생기면 어떻하니..... 우리 조금만 참아보자.... 엄마가 재미있는 비디오 빌려다줄께....."
아마 아이는 자신도 날 수 있다는 희망감에 기분도 좋아지고 보고싶던 비디오를 볼 생각하니 어느덧 가려움도 저편으로 사라질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신비한 힘이 있어 이렇게 참기힘든 가려움도 금방 누그러트릴수 있는것입니다. 어떤 약도 이보다 효과가 빠를순 없죠.
2. 아이의 얼굴 (아토피)에 대해서 이러다 저렇다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흔히들 집에서 이렇게든 말하죠.
" 어디 얼굴좀 보자...(이때 아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마의 걱정스런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속상해하며) 오늘은 또 왜 이렇게 심해졌냐.... 내가 못살아....잘때 또 긁었다보다.....휴..."
아님
" 오늘은 깨끗해졌네? "
" 다른데는 괜찮은데 볼 여기가 빨갛게 됐네"
등등..
이런식의 아이의 얼굴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평가에 대단히 영향을 받기 쉽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아마 말이 끝나자마자 거울로 뛰어가 한참을 바라볼것입니다. 정말 그런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만약 아이의 얼굴이 심해졌을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속에 찌그러지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그런 말을 들었을때 아이는 아마 하루종일 그 기억에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엄청 스트레스 받을것입니다. 반대로 설사 좋아졌다고 말하더라도 아이에겐 별로 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다 저렇다 평을 하는것은 아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는것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는 또한 가족모두가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3. 아이에게 희망을 심어주세요.
' 넌 할수 있다, 꼭 나을 것이다' 라는 희망을 주십시요. 희망은아토피를 극복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큰 힘이 됩니다. 비록 지금 힘들고 괴로워도 나을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이 생기면 아이의 태도는 180도 달라질것입니다. 그 예로 우리가 어떤 치료든 시작하기 바로 직전은 이것으로 날수 있다는 희망감에 기분도 무척 좋아지고 아토피도 덩달아 좋아지게 됩니다. 설사 그 치료가 혹은 약이 엉터리라도 말입니다. 이는 저또한 해당되는것으로 그런 기대감이 상당한 정신적인 안정과 편한함을 가져다 줍니다. 저를 이제껏 이곳까지 이끌어준것도 다 이 '희망'이라는 두글자 때문이니깐요. 때론 저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완치에 대한 불확실로 엄청 불안해지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병마와 싸울 의욕도 사라지고 더욱 심해지고 합니다만 주위에서 날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면 금새 의욕도 상승하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져 아토피도 다시 좋아지는걸 느낍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20일이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난 사람들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이만큼 희망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4.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때입니다.
'희망'과 더불어 '사랑과 관심'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자신을 언제나 사랑해주고 적극 지원해주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한 결코 외롭지 않을것입니다. 저또한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고 기도해주고 제가 하는 어떤것도 믿고 밀어주시고 후언해주시는 정말 소중한 '가족' 이 있습니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때마다 정말 정신적으로 큰 안정과 용기를 얻습니다. 아토피는 환자 자신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가족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나가야만 하는 어려운 싸움입니다.
혹시 영화 '로렌조 오일'을 본적이 있으신지요. 만약 아직 못보셨다면 꼭 정말 꼭 한번 가족전원이 함께모여 보시길 바랍니다. 줄거리를 대충 말하자면 ADL (대뇌백질 위축증이라고 하여 5-10 살까지의 사내아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린 로렌조란 아이를 둔 부모의 눈물나는 투병기를 그린것인데 마치 그 투병과정이 아토피와 흡사한것 같아 저도 3 번이나 눈물흘리며 본 작품입니다. 현대의학으론 치료법이 없자 그 부모들은 자신들이 직접 아이를 고쳐보겠다는 엄청난 결심을 하게되고 유전학, 생화학, 미생물학, 신경병학 등을 기초부터 공부해서 로렌조만큼은 의학의 실험용으로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도전을 하게 되고.. 살던 집을 저당 잡히고 하던 일을 전폐하고 미친듯이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설득하고 또 낙담하고 다시 용기를 내고 그 엄청난 생화학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 결국 올리브 오일에서 그 질병을 치료법을 찾아 이겨낸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기로 실화입니다. 특히 로렌조의 아버지 (닉놀테 주연)가 아이의 병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되었을때 도서관 계단에서 괴로움에 울부짓는 모습과 식이요법을 가족들이 함께 하며 다같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는 이 지구 곳곳에서 로렌조 오일로 다시 생명을 얻고 건강을 되찾은 세계 각국의 사내 아이들의 실제 모습과 함께 감사의 메시지가 수없이 화면에 떠오르는데 바로 로렌조와 부모의 사랑과 역경을 통해 절망의 질병을 이겨낸 아이들의 진정한 승리의 모습들입니다. 가족들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느낄수 있는 좋은 영화이므로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이상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만 앞으로 또 도움될만한 것이 떠오르면 계속 채워가겠습니다. 힘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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