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토피아 |
등록일:
1999-10-19 10:06:30 , 조회:
5,942 |
저의 체험담을 먼저 이야기 해드리는것이 나을것 같군요.
아토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그때까진 팔, 다리의 접히는 곳이 주기적으로 짓무르고 가렵곤 했지만 얼굴은 정말 남들 부러움 살 정도의 투명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도 나의 보송보송한 피부에 매일 뽀뽀(?)하자고 덤벼들 정도였는데....... 물론 그때까지의 나의 건강은 최고여서 축구시합을 하든 달리기 시합을 하든 매번 반 대표로 뽑혀나가곤 했고 어릴때부터 합기도를 해서 붕붕 날라갈 정도로 매우 날렵했다. 그러던 것이 얼굴에 조금씩 아토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의 인생과 건강은 점차 허물어져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마 가운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건조하게 각질이 일더니 가렵기 시작하고 이것이 벗겨지면서 뻘겋게 염증이 생기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곧 없어지지란 생각에 별 신경을 쓰진 않았는데 이것이 조금씩 펴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 당시만 해도 '아토피'의 '아'로 모를때..... 않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니 연고주며 바르랜다. 이게 어떤 병인지 병명도 가르쳐 주지 않은채.... 별 대수롭지 안다는 듯..... 그냥 바르랜다.
그래서 별 생각않고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바르니 정말 와...... 다 난 줄 알았다. 연고가 이렇게 좋다니....몇번 바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가려움도 없어지고. 그래서 연고를 며칠 바른뒤 끊었다. 며칠 괜찮은가 싶더니 다시 재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생각없이 다시 연고를 바랐다. 다시 들어갔다. 그러다 또 나왔다..... 다시 발랐다...... 이렇게 수십회, 수백회를 반복하면서 나의 아토피는 어느새 얼굴 전체로 퍼졌고 나중에는 그렇게 잘 듣던 연고마저 듣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느낀것은 스테로이드 연고가 알게모르게 얼굴의 아토피를 퍼지게 했다는 것.
고등학교때가 되자 그렇게 잘 듣던 연고가 이젠 발라도 별 소용이 없다. 가렵고 각질 벗겨지고 염증생기고...... 그래서 병원에 말했더니 좀 센약을 발라야 하겠다며 한층 강도가 센걸 주었다. 내심 자꾸 연고를 바르게 되면 피부가 어떻게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되어 매번 의사에게 이에 대해 말했지만 발라줘야 한다고만 이야기할뿐.... 그러다가 자연히 없어진다는 말도 여러번 들었다. 그래서 아무의심없이 또 발랐다. 역시 센거라 효과가 좋았다. 다시 얼굴은 호전되었고 그맛에 자꾸만 바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모르게 스테로이드 연고에 길들어져 가게 된것이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아뿔사..... 이 센 연고마저 잘 듣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나는 의사가 약한 연고를 준 줄만 알았다. 그렇게 잘 듣던 연고가 효과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센약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센약은 이제 바르지 말고 약한 약을 발라야 한다면서 약한 약을 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 나는 센약에 이미 중독되어있었고 약한 약을 바르자 얼굴은 극심하게 심해져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서움에 다시 센약을 바르게 되고...... 나중엔 이거조차 듣질 않게 되고.......
그러던 중 병원을 옮기게 되었고 몸에 바르는 더 센약을 권하게 되었다. 이것을 바르니 다시 나의 아토피는 들어가긴 했는데..... 아토피가 이기나 연고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강도를 높일때마다 아토피도 덩달아 강해져 오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연고의 강도를 낮춰도 아토피는 그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당황되지 않을수 없었다.
물론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병원도 숱하게 돌아다녔다. 막연한 기대감에.... 물론 이게 잘못인줄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는 정말 어쩔수가 없었다. 어느 의사도 나에게 아토피에 대한 티끌만한 정보도 주지않았고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해주질 않았기에..... 오죽하면 그렇게 심했으면서 고등학교 중반때까지 '아토피'와 '스테로이드'가 뭔지도 몰랐을까....
그렇게 스테로이드 연고는 나의 아토피를 순간 순간 제압해줬지만 궁극적으로는 아토피를 더욱 강하게 키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등학교 중반을 넘어서자 나의 아토피는 얼굴 전체로 퍼졌고 나는 이를 누르느라 매일같이 스테로이드를 쳐발라대지 않으면 않되었던 것. 급기야 센약도 듣지 않게 되자 나는 병원가서 더 센약좀 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내멋대로 몸에 바르라고 준 약을 얼굴에 바르기도 하고..... 그러면 또 다시 나의 아토피는 연고에 진 척하며 잠시 후퇴하고......대학 수능때... 중요한 시기고 이때는 무엇보다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기에 병원가서 이야기했더니 잠시만 쓰라면서 조금만 튜브에 연고를 줬다. 매우 강한 약이니 조금만 쓰라면서..... 덕분에 수능은 무사히 넘겼지만 다시금 그 강한약에 길들어갔고 병원가서 더 달라고 애원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매일같이 학교에 나갈정도로 진물이 날 정도까지 무지 심한편은 아니었다. 힘들지만 연고로 계속 눌러가며 생활은 남들처럼 할 수 있었던 것. 물론 보기엔 좀 붉그스름한 정도고.
그러던 것이 나의 인생을 바꾸게 된, 지금도 매일같이 후회하는 정말 큰 실수를 하게 되었다. 바로 스테로이드 내복제(주사, 약)를 사용하게 된 것.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실수가 아니었다. 나의 상태가 점점 심해져만 가니 의사가 먼저 권해왔던 것이다. 지시대로 잘만 쓰면 별 부작용없이 끝날수 있다고 충고아닌 충고하면서.....이에 대한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그냥 의사말을 믿을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스테로이드 알약을 받았는데 와......... 정말 이거먹고 아토피가 다 난 줄 알았다. 몇년동안 그렇게 끊질기게 나를 괴롭히던 아토피가 모조리 자취를 감춰버린 것. 그것도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고 너무나 기뻐 어쩔줄을 몰랐다. 완벽 그 자체였다. 한 일주일치를 다 먹고 나니 얼마간은 정말 행복하게 지낼수 있었다. 그러나 아토피는 깊은 곳에 잠시 숨어있었을뿐..... 이때부터 나는 완전히 망가지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아토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여 너무나 당황되었다. 다 난줄 알았던 것이 또 다시 나타날줄이야. 연고로 누르려고 해도 아토피는 점점 심해져 가더니만 거의 두배로 심해져 온것이다. 병원가니 스테로이드 알약을 며칠분 더 지어줬다. 또 먹으니 다시 좋아지고.....얼마않가 이번엔 거의 네배로 심해지고...... 이제 연고발도 전혀 듣지 않게 되었고 병원가도 의사만 난처해 할뿐....알다시피 이정도면 다른 병원으로 옮길수 밖에 없다. 그리곤 나의 심한 모습을 본 의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가라고 하고 약을 줄테니 먹으라 하고...... 당장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생활도 않되고 학교도 가지 못하게 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 효과도 그 지속력도 점점 약해지고 짧아지면서 서서히 스테로이드의 깊은 늪으로 자꾸만 빠지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마약중독자처럼 변해버려 조금만 심해지면 병원을 옮겨다니며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급기야 의사에게 주사 한번만 놔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약을 내멋대로 양을 늘려먹기도 하고 약국가서 스테로이드제를 사다가 먹기도 하고........의사도 별 주의없이 소화제 주듯 주었고 또 그 부작용에 대해서 전혀 깜깜한 나로서는 그냥 닥친 현실을 넘겨보고자 그런 짓을 하게 된 것이었다. 누가 스테로이드의 무서움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았을터인데...
그러기를 수십회, 어쩌면 수백회가 반복되면서 나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지고 위장장애가 생기고 장염에 걸린후로 장이 완전히 맛이 가고, 한여름에도 으슬으슬 추운 한기가 느껴져 이불을 뒤집어 써야 할 정도..... 소변도 답답하게 되고 소변 색깔도 누렇게 변하고.... 극심한 불면증에 밤에 잠이 오질 않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게 되어 와전 밤낮이 바뀌게 되고......잠은 자도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아 최소 12시간 이상은 자야했으며 몸은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져 어쩔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수 없는 상태로 되었다. 온몸은 두들게 맞은듯 아파오고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항상 거북하고 가스차고.... 허리도 아파오고 얼굴은 달덩이 마냥 띵딩 부어오르고...... 감정의 변화도 심해져 어쩔때는 내자신이 거의 정신병자처럼 느껴질때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변화가 정확히 스테로이드 내복약을 쓴후에 하나둘씩 생겨났다는 것.
여기까지가 피부외에 생겨난 증상들이고 피부 자체는 더욱 심각해졌다. 진물이 솟기 시작하는데 송송 맺히는 걸 넘어서 아예 줄줄 흘러 뚝뚝 떨어질 정도..마치 피부가 녹아내리는 듯. 얼굴은 만신창이 되어 눈썹도 다 빠지고 머리카락도 3분의 1정도가 빠져나가고..... 학교고 뭐고 휴학하지 않으면 않될 상황이라 휴학을 하게 되었고 밤마다 괴로움에 눈물과 짓물로 범벅이 되어 소리없이 흐느꼈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그 괴로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에겐 미래도 없었고 어떻게든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어떤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스테로이드의 깊은 늪에 빠지면서 나는 허우적거릴뿐 거기서 나오려고 해도 결코 나올수가 없었다. 스테로이드를 끊은 그 순간부터 죽음의 고통을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고통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고통으로 일반인들은 평생동안 그런 고통을 느끼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고통이라보다 고문이라고 하는게 나을 듯 싶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그런 고문. 나같이 심한 환자분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 인터넷을 알게 되었고 전공이 일본어라 일본싸이트를 둘러보면서 아토피 싸이트가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기서 나는 15년 이상 고생하면서도 하나도 몰랐던 아토피란 놈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 대처법, 여러 가지 치료법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로이드로의 무서움을 알게 해줬고 내가 그런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도..... 이탈의 중요함도..... 이탈 없이는 결코 개선을 기대할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이탈의 과정은 무척 힘들다는 것도.......
이것들을 보면서 나는 15년 이상 몰랐던, 의사들 어느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스테로이드의 무서움에 대해서 알았고 내가 정확히 체험하고 있는 것들과 똑같아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무섭기까지 했다.
도저히 이대로 가다간 내 인생 쪽 나고 난 비참하게 끝을 내야할 것 같았다. 죽음을 생각하니 이젠 무서울게 없었다. 그래서 죽을각오로 스테로이드로부터의 이탈을 시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 난 드디어 해내고 말았다. 스테로이드로부터 완전 이탈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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