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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06-18 03:41:12 , 조회:
607 |
난 비오는 여름날을 참 좋아해
긴팔옷을 입어도 내가 아웃사이더같이 느껴지지않는, 드문 여름날이거든
비야 많이 많이 내려서 기온아 뚝떨어져라 부탁도 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그애는 말했어
바보, 다들 행복한것처럼 연극하며 살고있는거야
나는 오히려 그애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행복한것처럼 연극하는거, 참 행복한거라고.
비오는날 짦은바지에 맨다리를 내놓고 쓱쓱 걸어다니고
우울하면 커피숍에 앉아 생크림을 가득 올린 단커피를 마시고
축구가있는날엔 번쩍거리는 전광판앞에서 목이터져라 응원도 해보고
가끔 심심한날 찍은 사진으로 싸이에 업데이트를 하잖아
'나의 일상' 같은 흔해빠진 멘트를 덧붙여서...
그런 사소한 소소한 흔해빠진 일상들을 연극하는건
적어도 니가 그런 행복 근처에 살고있다는 증거라구.
나는 그런말을 속사포처럼 내뱉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말도 하지못했지
긴 가디간 소매를 자꾸만 잡아내려 주름지고 빨간 내 손을 덮으며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내 시선을 자책하면서
기분 나쁘지 않은데, 기분 괜찮냐는 질문을 여러번 받으면서
나는 자꾸 혼자 속으로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되는걸.
매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지키지 못해 잘못한걸까
누군가 로또에 맞는 기막힌 그 행운의 확률을 뒤짚어 불행이라는 우연을 내가 짚어낸걸까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결론은 뻔한데 현실은 당연한데 그 이유만 죽어도 알수가 없어
나는 끝까지 한마디 말도못하고
바보처럼 일그러진 웃음만을 흘린채 그자리를 빠져나왔어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는게 제일 두려워
내가 상상한 것보다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는건 매일 겪는일이지만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거든
나는 가끔 하늘을 봐
그리고 주로, 땅을 쳐다봐....
나는 결국 아무런 말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 발끝만 쳐다보며 한참을 울었어
인생은 원래 이렇게 잔인한걸까?
아,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난 비오는 여름날을 참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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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