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0-07-02 20:24:54 , 조회:
785 |
싫다못해 증오스러워요. 왜 하필 아토피안으로 왜 하필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태어난걸까요.
아토피도 심한데다 더위 탓에 전신에 땀띠까지 쫙 일어나서, 땀이 나려는 징후만 와도 미친듯이 따갑고 가렵고 난리도 아니예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얇은 반팔 라운드티 하나 걸치고 다닐수도 있는것도 아니기에,
늘 긴팔에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거든요. 너무 답답하고, 무거운 시선도 신경쓰여요.
난 멋 부리려고 그렇게 다니는게 절대 아닌데...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에도 남들처럼 그냥 반바지에 샌들 신고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수도 없으니까.
쫄딱 젖은 바지도, 물이 가득해 질척거리는 신발도, 젖어서 더욱 극심히 밀려오는 가려움도, 그냥 받아들이고 버텨내야 해요.
더위가 좀 가실 동안만 그냥 집에서 속옷만 입고 선풍기 틀어놓고 지낼 수 있으면 견딜만 하겠는데...
왜 이리 아둥바둥 다 견뎌가며 살아내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먹고 살기 위해 일은 하지만 생활비 + 아토피때문에 들어가는 돈
(한의원이니 연수기니 보습제니 건강식품이니 보조제니 뭐니 각종 먹는거 바르는거 등등)
하면 저축 할 수 있는건 거의 없거든요.
돈을 모아서, 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겠다는 생각은 이미 버렸기에, 딱히 저축이 늘지 않는 사실이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라고 썼지만 역시나 어느정도 절망적이긴 하네요.)
어릴때부터, 늘 죽음은 선택가능한 옵션이었고, 간절히 바라고 원한적도 셀 수 없지만.
어떻게든 살아낸 건 '주입된 희망' 때문이었거든요.
사춘기 지나면 낫는다더라, 스무살 지나면 낫는다더라, 뭐 하면 낫는다더라...
그런 강제로 주입된 희망들에 의해 지옥같은 시기들을 그저 버텨왔어요.
언젠가는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평범한 삶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고.
아직 아토피가 지금처럼 잘 알려진 시기도 아닌, 마치 나병 취급 당하던 시기에,
그거 옮는거 아냐? 어휴 더러워. 수근수근...타인의 말과 시선에 무참히 난도질 당해도
눈물조차 흘리지도 못하고, 화조차 내지 못하고. 어쩌겠어, 내가 이런 괴물인데, 내가 나쁜건데.
품었던 희망이 절망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수없이 겪으며, 영혼이 마모된 존재가 되어 그저 버텨왔어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 마땅할 청춘의 시기를, 두려움에 떨다 결국 한순간 반짝이는 빛만을 남긴 채
송두리채 박탈당한 채 유폐되어 지내왔지요.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한 채.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실은 나 아토피야. 아토피란건... 이러이러 한 병이거든. 스테로이드가 더 이상 듣지 않아서 끊었더니
지금은 완전히 괴물꼴이야. 영화에 나오는 좀비가 나보다 훨씬 덜 끔찍해. 몇 년째 오르락 내리락 그냥 그래.
백옥같던 피부는 불그죽죽하고 더러운 피부가 되었고. 지나간 자리엔 불길한 나방이 가루를 흩날리듯
내 각질이 떨어져 있어. 널 만나지 못하는건 그런 이유 때문이야.' 하고.
늘 모두가 부러워하던 외모를 지닌 저에게 그건 죽음보다 더 한 치욕이니까.
차라리 그냥 '별 이유도 없이 연락끊고 잠수타는 건방지고 재수없는' 타입이 되는게 나았지요.
남아있는 친구는 이제 한 명, 혹은 두 명.
이젠 누구도 저를 멋지다거나 예쁘다거나 말해주지 않아요.
그래도 그냥 살아내고 있어요. 바보같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나아져서, 평범한 삶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당당히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바보같지만, 아직 이런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예요.
자라면서 아토피 때문에 짜증도 부리고 상처도 많이 드렸고..(물론 부모님도 제게 많은 상처를 주셨지만요.)
이렇다 할 효도도 못해드렸는데, 제 자살로 인해 부모님이 어떤 상처를 받으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여름이 싫다는 말을 하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왔네요. 사실 삶도 싫어요. 헤헤.
|
|
Antiatopi
msycj
realgur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