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경 |
등록일:
2005-07-19 13:15:54 , 조회:
2,466 |
-마이너스 건강클럽 '손영기 칼럼' -
피부가 가려운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몸을 긁느라 잠 못 이룬 경험이 많은 필자는
가려움 탓에 삶의 질이 떨어져 우울해진 분들을 위한 칼럼을 쓰려하는데
피부 가려움을 원수로 여기는 필자와 같은 피부병 환자들에게
'가렵다'는 것은 병리 증상이 아님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는 혈분(血分)의 열(熱)을 밖으로 발산시키려는 자연치유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피부를 긁음으로써 피부 내 혈맥에 울체된 열기를 밖으로 빼내려는 반응이니
이에 가렵다함은 곧 혈분에 병리적인 열이 있음을 뜻하는 바,
아토피든, 습진이든, 건조성 소양증이든, 지루성 피부염이든 병명에 상관없이
일단 환자가 피부 가려움을 호소할 경우 필자가 혈분의 열을 식히는
동일한 처방을 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방 치료를 통해 가려움이 완화됨은 그만큼 혈분의 열이 다스려져
긁음이라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밖으로 열을 빼낼 필요가 없어짐을 뜻한다.
따라서 피부병에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인 '가려움'은 사실 병증이 아니다.
불이 나면 사이렌이 울리듯이
'가려움'은 혈분에 불이 났다는 것을 경고하는 신호등인 셈이니
혈분의 열을 다스리는 노력 없이 가려움만 멈추게 하려는 것은
소리가 시끄럽다며 사이렌을 꺼버리고 불난 곳은 쳐다보지도 않는 바보짓이다.
물론 필자가 그 사이렌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르는 바 아니다.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울려대는 사이렌을 접할 때마다
필자 자신도 그 사이렌을 부셔 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뚝불뚝 솟아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의 유혹이 간절해진다.
2002년 여름을 기점으로 피부병 환자를 대하는 필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엔틱가구로 야기된 시크하우스 증후군 때문에
난생 처음 알러지 습진을 앓은 후부터 환자의 고통을 알게 된 것이다.
양약을 무조건 반대하던 그 전과 달리,
고통이 심할 경우 잠시 써도 이해해주는 관대한 자세를 취하게 됨은
비록 경고일지라도 그 사이렌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느껴서다.
엔틱가구로 인한 피부병으로도 시크하우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필자는
이사하면서 도배, 장판을 새로 하게 되었고,
이 탓에 환기가 소홀한 겨울마다 알러지 습진이 재발하고 있으니
올 겨울도 어김없이 필자에게 가려움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가려움으로 잠을 뒤척이는 요즘,
필자는 그 고통보다도 필자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체질적으로 몸이 건조하고 열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혈분에 열이 쉽게 뭉침을 알면서도
이를 예방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한스럽다.
한의사로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어려워
작은 독소 자극에도 바로 알러지가 나타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예방만이 최선임을 대중들에게 강조해 온 필자가 자승자박의 신세가 되었다.
필자의 책에는 필자의 아픔이 담겨있다.
'먹지마 건강법'에는 안구건조증, '희관씨의 병든 집'에는 알러지 습진 말이다.
저술의 동기를 부여한 이상 두 가지 질병은
체질적으로 몸이 건조하고 열하다는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하는 바,
미리 예방이 가능한 것이었다.
한의학 이론에 따르면 음(陰)이 양(陽)을 붙잡기에
진액이라는 음이 마르는 건조한 체질에서는 양기의 컨트롤이 어려워
혈분에 열이 쉽게 차니 평소 진액이 마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곰팡이로 인한 무좀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부 가려움은
체질적으로 몸이 건조하고 열하거나
생활 부주의로 인해 몸의 진액이 고갈된 사람에게서 생긴다.
따라서 피부의 염증과 가려움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려면
한약으로써 혈분의 열을 식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고갈된 진액을 보충하여 몸이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근본 방법이다.
피부 가려움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매운 것을 먹을수록, 땀을 많이 흘릴수록, 과로할수록
피부가 더 가려워지는 사실 말이다.
이는 매운 음식과 땀 흘림, 과로가 몸의 진액을 말려서다.
그런데 진액을 말리는 요인은 그 이외에도 많다.
커피, 녹차와 같은 카페인 음료... 참외, 수박 등의 여름과일... 컴퓨터... 가전제품...
찜질방, 사우나, 반신욕... 설사... 만성적인 묽은 변... 대량 출혈... 음주, 흡연...
습관적인 침 뱉기... 과도한 성생활... 말 많이 하기... 욱하는 성질머리... 등등
이상은 필자를 포함한 피부 가려움 환자들이 치유를 위해 유념할 내용들이며
설사 피부병이 없더라도 자신의 몸이 건조하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예방 차원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음식관리를 철저히 해도 호전이 더딘 피부병 환자분들은
진액이 낭비되는 바가 없는지 생활 점검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한가지 더 당부코자 한다.
가려움이 혈분의 열을 빼내는 자연 치유의 행위라는 말은
피부를 마음껏 긁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불결한 손으로 긁다가 병균에 감염되면 부득이 항생제를 써야하니
이럴 경우 가려운 부위를 툭툭 쳐주시길 바라며
차가운 물주머니로의 냉찜질을 권한다.
냉찜질을 통해 혈분의 열이 잠시 식으면 가려움도 완화되는데
아토피 환자가 치유 과정에서 새삼 추위를 느낌은 반가운 현상이다.
혈분에 뭉친 열기가 다스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열기가 다스려지는 만큼 몸에 진액이 생성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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