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형 |
등록일:
2004-01-06 03:34:29 , 조회:
3,153 |
작년에 워낙 심하게 아토피 증세에 시달렸다가 이젠 거의 완치되었기에 아토피 환우
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 까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이제부터는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
겠습니다. 좀 내용이 길기 때문에 결론만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랫부분만 읽으셔도 됩니
다.
예전부터 글을 한 번 적어보려 했는데 막상 쓰려고 생각하니 내가 겪었던 몸서리치
게 싫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무엇을 먼저 적어야
할 지 모르겠다. 먼저 내 병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전에도 질문을 하기 위해 몇 번 병세에 대해 적었었기 때문에 brother621이란 아이
디로 검색하면 알 수 있겠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처음으로 피부에 이상이 나타났었다. 갑자기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져서 피부가 하
얗게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저런 약을 발라도 잘 안낫다가 피부과에 가서 약을 쓰
면서 가라앉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때 1~2주 정도 치료받고 증세가 가라
앉아서 치료를 중단했고 그 뒤로도 괜찮았던 것 같다.
대학교 1학년이 될 때 다시 한 번 얼굴이 심하게 가렵고 건조한 증상이 나타났었다.
가끔 자다가 깨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긁다 상쳐가 나곤 했었는데 이 때도 피부과
를 며칠 다니자 좋아졌기에 치료를 중단하려 했는데 의사가 꾸준히 다닐 것을 권했고
나도 완치되고 싶은 마음에 이 때부터 피부과를 다녔었다. 이 때도 어렴풋이 피부과
약이 안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처방으로 나온 내복약은 다 버리고 바르는 약도 일
주일치라고 준 걸 거의 두 달 넘게 쓰곤 했다. 그러다가 치료의 부작용인지 이마에 여
드름 같은게 수십개가 났었다. 의사는 발진이라면서 아토피 치료를 중단하고 이 치료
를 하자고 했고 일주일 정도 치료하자 사라졌고 그 뒤로 피부과 치료를 중단했다. 이
당시 병원 다닌 기간이 약 6개월 정도 됐었던 것 같다. 대학교 4학년이 됐을 때 다시
한 번 이 발진이 찾아왔었다. 전에 치료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때도 피부과 치료
를 일주일 정도 받고 증상이 가라앉았다. 그 뒤로 26세(2002년)까지 일년에 한 두번
증세가 안좋을 때만 피부과에 가곤 했다. 이 때까지는 경증 아토피였기 때문에 특별
한 문제 없이 잘 지냈다.
2003년은 아토피와 함께한 한 해였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게 2003년이 시작하자
마자 아토피 증세가 나타나서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마치 누가 각본이라도
쓴 것처럼 말이다.
2003년이 되자마자 얼굴에 이마를 중심으로 군데 군데 붉은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때 전직 문제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그냥 두면 나으리라는 생각에 방치해두었다. 평소
같으면 조금 그렇다가 말텐데 3월이 될 때까지 낫지 않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
다 누나가 피부과에서 받았다는 연고(우리 누나도 심각한 아토피안이다.)를 바르자 신
기하게도 증세가 깨끗히 가셨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때 바른 연고가 프로토픽이었
다. 그래서 상쾌한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프로토픽의 부작용으로 헤르페스 균
(입술 물집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얼굴 전체가 감염되는 단순 포진에 걸렸다. 놀라서
피부과에 갔더니 아토피 환자는 단순 포진에 걸리기 쉽다면서 치료했고 일 주일만에
증세가 사라졌었다. 이 뒤로 7월까지 호전 악화가 반복되면서 점점 증세가 나빠져갔다.
프로토픽을 쓰면서 일주일간 점점 좋아지다가 가장 좋아진 상태를 정점으로 다음 일
주일간은 점점 상태가 나빠져서 최저점까지 가고 다시 프로토픽을 쓰는 패턴이었다.
이 4개월간 처음엔 얼굴만 안좋더니 점점 몸에까지 퍼지면서 몸에 화폐상 습진이 군
데 군데 생겨나면서 그 범위가 점차로 넓어졌다. 군데 군데 생긴 화폐상 습진 때문에
내 모습이 징그러워서 거울을 못 볼 정도였다. 아토피아에 가입한 것도 이당시이다.
8월이 되자 급기야는 불면증까지 생겼고 한 쪽 귀에 염증까지 생겨서(이것도 아토피
가 원인이었다) 아침에 병원가는 일이 잦아졌고 회사 업무에도 장애가 생기기 시작했
다.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한게 한약을 쓰는 것이었다. 한의사 말이 6개월간 약을 먹어
야 하는데 처음 한 20일만 고생한다기에 8월이 끝나갈 무렵 여름휴가를 끼고 한약을
복용했고 이러면서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졌다.(하지만 지금도 내 몸이 망가진
게 부작용이 아니라 명현 반응이라 생각한다)
약을 먹고 5일이 지나자 건조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건조함 때문에 하루에 여러차례 목욕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왠만한 로션 보습
제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얼굴이 당겨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누나가 준 아토피
샵 보습제 덕분에 건조함은 조금 극복할 수 있었지만 보습제 효과가 지속되는것도 2시
간 이내였다. 그 뒤로는 역시 너무 건조한 나머지 얼굴 근육이 팽팽해져서 말도 할
수 없었다. 특히 목욕하고 보습제를 바른 뒤 약 30분간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이기기 위해 목욕하고 나면 열심히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신경을 다른곳으
로 돌리곤 했다.(스타를 잘하는 편이라 손동작이 많이서 이 동안만은 게임에 집중해
서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이렇게 고생하다가 20일이 지나도 좀처럼 증세
가 가라앉지 않고 이런 내 모습을 본 한의사가 오히려 당황해하는 걸 보고 약을 중단
하였다.
결국 난 9월 10월 두달간 병가를 냈다. 이 두 달간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이 채 안
되더니 9월 한 달만에 체중이 무려 13kg이 줄었었다.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밤새
온몸에서 진물이 흘렀고 특히 양 귀에서 진물이 흘러 불편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정
말 이상한게 조금만 긁어도 피부가 물러지면서 거기서 진물이 흐르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요는 각질로 새하얗게 됐다. 팔다리 접히는 부분마다 긁어서 뻣뻣해져서 관
절이 잘 구부러지지도 않았다.
10월 초에는 2차 감염인지 4월 초에 걸렸던 단순 포진이 다시 찾아왔는데 증세가 4
월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얼굴에 수백개의 딱지가 생겼다. 정말 가관이었다. 수백
개의 딱지와 건조함 때문에 하얗게 뜬 얼굴에 눈썹은 2/3가량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견디어준 식구들이 고마울 정도였다. 이 때 정신적인 쇼크를
받아서인지 혐오스러운것이나 더러운것을 보면 괴로워하게 됐다. 평소엔 바퀴벌레도
잘 잡았는데 이 때 이후론 지금까지도 개미나 바퀴벌레만 봐도 놀란다.
밤새 괴로워하다 건조함과 진물로 인한 찝찝함을 못견뎌 새벽에 목욕탕으로 뛰어가
고 목욕을 마치고 아침먹고 이불 털고 스타 하다가 지쳐 쓰러저 조금 자다가 다시 하
루 종일 괴로워 하는게 하루 일과였다. 이렇게 두 달을 보냈다. 그런다 11월 부터는
증세가 조금씩 차도를 보이더니 신기하게도 지금은 얼굴이나 몸을 만져보면 아토피를
앓기 전보다도 더 보드러운 피부가 됐다. 아직 아토피 흔적이 남은 곳은 팔목과 종아
리 이하 다리 부분이다.
나의 병세에 대해서 참 장황하게 적어봤는데 이제부터는 내가 생각했던 호전된 요인
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어차피 아토피라는게 아직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대처
는 불가능한데다가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내 치료 방법이 누구에게나 맞거나 혹은
치료를 위한 충분 조건이 되지 않을 지는 몰라도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몇 년씩 걸려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아토피가 나의 경우 급격히 좋아질
수 있었던 원인은 첫 째 한약으로 인해 부자연스럽게 안좋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좋아질 수 있던 것과 둘 째 다행히 다른 성인 아토피안들에 비해 스테로이드제
를 많이 안썼다는 점 셋 째 식단을 바꿨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중에서 세번 째가 가장 주효했다고 본다. 내가 작년에 아토피가 심하게 나
타난 건 피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내 신장과 간의 독소 분해 능력이 떨어져서 그
게 피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신장과 간이 나이가 차면서 한계에 도달
하자 독이 피부로 몰린 것이라 생각한다. 요새 먹을 것이 많이 오염됐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독이 몰려서 암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성인병으로 나
타나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 단지 피부가 가장 약한 부분이어서 피부로 나타난 것이라
고 생각하는 것이다. 8월 말부터 바꾼 식단인 현미와 유기농 식단은 상대적으로 독소
가 적기 때문에 독소 분해에 여유가 생겼고 그로 인해 증세가 좋아진 것 같다. 현미
의 경우 독소가 적을 뿐 아니라 현미 안에 있는 성분이 약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 같다.
지금까지도 철저히 가리는 것은 수입된 먹을 것들, 즉 밀이 들어갔거나 바나나, 파
인애플 등 수입과일과 튀긴 음식, 고기, 생선, 우유, 계란 이다. 사실 이것들 빼면 먹
을게 없긴 하다. 이 중 고기, 생선, 우유, 계란은 남들이 안먹길래 덩달아 안먹고 있
는 것이지만 앞으론 먹을 생각이다. 알러지가 없는 한 먹어도 괜찮을 것으니 말이다.
다만 품질이 좋은 것을 골라먹을 생각이다. 하지만 수입된 것들이나 튀긴 음식은 앞으
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 수입할 때 뿌리는 보존제나 몇 번이고 재활용하는 기름은 도
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뭐 밀자체가 나쁜건 아니니 외국에 나가면 먹겠지만 말
이다. 폭식도 안된다. 이것 역시 몸에 안좋을 뿐 아니라 근본 원인이라 생각한다.
이 밖에도 비현실 적일지는 모르지만 빨리 나을 수 있었던 원인을 두 가지 더 들면
나를 위해 100일 기도를 해준 여러 아이들과 기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파동 치료를 들
고 싶다.
아토피를 치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치료 방법을 쓰
든 반드시 독소가 적은 음식을 먹고 폐가 안좋다면 공기를 청결히 했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여기 아토피아는 이런 것 보다는 피부에 어떤게 좋다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
데 내 생각엔 먹을 것과 청결한 공기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것 같다. 나의 경우 공기는 그나마 괜찮은 것 같고 식탐이 없어서 먹을 것도 비교
적 잘 지켜나간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아토피라면 몸서리가 쳐지는 지라 정말 여러분
모두 빨리 아토피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니
마져 낫고 싶구요. 하지만 살면서 지금만큼 행복한 기분이 든 적이 없네요. 몸이 정상
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없네요. 여러분 모두 화이팅 합시다
* 아토피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1-06 14:22)
|
|
키쿠네
탈스삼남매
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