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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토피안이 쓰는 아토피 이야기 - 9 (이젠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piglove

등록일: 2003-07-04 16:13:39 , 조회: 1,723

이젠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20년 아토피안 이희원입니다.

먼저 저의 미천한 글, 추천게시물로 옮겨주신 아토피아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보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아토피안에게 있어, 피부로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이 아닌 마음에 대해
몇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작게는 유소아의 아토피안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신경질부터
점차 성인 아토피안이 되어가면서 나타나는,
무언가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맡겨버리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다른 사람의 모든 말을 의심하는 마음
세상을 증오하고 경멸하는 마음 등에 대해서 입니다.

이러한 마음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무엇이라 칭해야 하는지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풀어서 썼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려움으로 인한 짜증과 짜증으로 인해 더 가려워지는 아토피는 다른 외적 원인에 더하여
아토피안을 괴롭히고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단정짓고 싶습니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토피는 지겨운 스토커가 될 수도,
혹은 대수롭지 않은 감기 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가려움과 짜증이 반복되는 유소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친 사람이라면
치료되지 않는 자신의 아토피로 인해 세상을 비관하고 무언가 하나의 끄나풀을 잡기 위해
온 힘을 쏟고 그곳에 자신을 완전히 맡겨버리는 경향을 가진 듯합니다.
저와 저희 부모님 역시 처음에는 아토피에 좋다는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헤매고 다녔고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끼며 타인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버렸지요.

'한번만 더 믿어보자',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살을 결심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고(물론 실패를 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이 더러운 피를 내 후세에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10여년이 훨씬 넘은 듯합니다.
(이것 역시 실패(?)를 해서 예쁜 딸이 있네요...)

아토피의 완치를 장담하는 의사와 한의사가,
그리고 아토피에 좋다는(엄밀히 말해, 혹시 좋을 지도 모르는) 제품을 파는 장사꾼들에 의해서
우리의 마음은 여유롭지 못하고 너그럽지 못한 채로 가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무엇엔가 계속 의지하려는 마음은 아토피를 낫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처럼 손쉬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마음 역시 아토피를 낫게 하는 데 방해만 될 뿐입니다.
병원에 찾아가 스테로이드를 처방받듯, 한의원에 찾아가 양방으로는 한번에 해결이 안되니
한방으로 한번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우리 마음 속의 조급증만을 키울 뿐입니다.

우리의 아토피를 다른 사람이 치료해주기를 기다리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과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치료법에 기대기만 하면 안됩니다.

잠시 아토피 치료를 건물을 짓는 것과 비교해볼까 합니다.

튼튼하고 멋진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로 건물 외벽에 금칠만을 하고 내부의 골조 공사에 소홀히 하면
그 건물은 언젠가 한번에 무너지고 맙니다.
이미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치워야 하며 튼튼한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건물이 한번에 무너졌다고 해서 세우는 것도 단번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이 우리의 건물을 다시 세워준다고 다가옵니다.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겠다 하면서 돈을 달라고 합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건물에 대해 이해해야 하며 어떤 공법으로 지어야 할 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우리의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컨트롤하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설계사와 시공자들에 의해 이렇게도 해보도 저렇게도 해보며,
잘 지어지던 건물을 다시 부수기도 하는 연속되고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좋은 설계사를 만나고 시공자를 만나고 최고 품질의 건축자재를 찾았더라도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지시만 하고(실제로는 의지에 지나지 않겠지만) 본인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건물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노력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우선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언가 아토피에 좋다는 것이 금새 피부를 말끔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미 무너진, 혹은 무너지고 있는 건물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설계사나 시공자를 두어야 합니다.
한의사도 좋고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토피아'도 좋습니다.
혼자 외로울 때, 작은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다만 본인만의 건축 계획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새로운 의견에 맹신하지 말고 자신만의 뚜렷한 건축 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건물을 완성하는 가장 큰 힘임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설계나 시공의 변경은 신중해야 하며 건축 계획의 대 원칙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패를 경험한 많은 건축 계획이 아토피아에 있고, 그 속에는 분명 제대로 된 건축 계획이
녹아 있습니다.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가장 큰 건축 계획은 본인이 직접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노력을 게을리 하며 설계사와 시공사 건축자재를 계속해서 바꾸기만 하면
건물의 완공은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붉은 타일도 붙였다 푸른 타일도 붙였다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기초가 되는 골조공사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본인 스스로 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며 진정 제대로 된 건물을 완성하는 길일 것입니다.

지금의 상태가 나쁘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조급하면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됩니다.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잘 드시기 바랍니다.
음식으로 안되면 힘이 나는 한약도 드시기 바랍니다.

다만 한약의 힘이 골조공사를 대신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어떤 특별한 건축자재가 골조공사를 쉽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아토피를 낫게 해주는 가장 좋은 약은 자신의 몸 속에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고
그 약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있지만 기대고 의지하며 우리를 맡길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셔야 합니다.

본인 스스로 해내야 하고 또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아토피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됩니다.
끈질기게 따라오는 스토커에게 '이제부터 나는 너를 무시하겠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다소 격앙된 톤으로 글을 작성했는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까지 격앙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
세상의 모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새로 가지면 그 순간부터 스토커는 두려워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토피안이 완치되는 그 날을 생각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아토피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7-25 12:34)

[주요증상]

[주요의견]

호야아빠

저도 기초공사부터 다시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달 휴직했습니다. 정말 잘 먹고, 힘내서 아토피를 KO시켜버릴 것입니다.

2003/07/04 17:29

heartkang

^^ 공감합니다. 우리모두 조급증,빨리빨리증후군, 무지와 나태를 극복하고

징그럽게 우리삶을 괴롭히는 아토피를 청계천 복원하듯이 원래대로 피부를 돌리는

사업에 박차를 가합시다. 화이팅

아토피 퇴치 그날까지^^

2003/07/04 17:35

CLAM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다보면 어느 한방향의 치료제가 본인에게 맞는 것이 있습니다.그 치료로 아토피가 완치는 안돼어도 경증으로 까지(몸의 아토피 증상은 없는데 상처라든지 태선화라든지,색소침착등)된 경우들이 있습니다.
문젠 사람의 마음이 화장실을 가기전과 갔다온 후가 달라지듯이 아토피가 심할 땐 마지막 끈까지 잡는 심정으로 치료에 매달립니다.
매달린 끝에 희망이 보이고 본인의 만족도에 맞는 치료결과가 보여집니다.
그 단계가 완치는 아니더라도 아주 경증으로 돌아갑니다.
아주 경증으로 돌아온 후 부터가 문제입니다.
처음 몇달 간은 처음의 치료방법,음식,환경,생활습관을 그대로 실천합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을 합니다.그러다가 다시 아토피 뿌리가 올라오면 또 그 때 후회를 하지요.전 아토피 완치는 있다고 장담합니다.
그 완치를 위해서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을 본인이 파괴하고 나중에 후회를 하지요....
지금 제 경우 입니다.

2003/07/04 19:39

heeya

오늘 사이트 여기저기를 돌아댕기다가 (탈스 후 제 얼굴에 나타난 증상이 아무래도 아토피가 아닌듯 싶어서) 건선의 증상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제가 피부과 상담실에 상담했을때 적었던 증상과 80%이상이 맞아 떨어지더군여!

콩알이 동전크기가 된다는것과 그것들이 서로 겹치기도 한다는것,,대칭적이라는것, 별로 가렵지 않다는것, 계속 둥글게 번진다는것,,,,,,,각질이며 홍반.......등등...
그걸보구 심장이 두근거려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수 가 없었답니다.

아토피두 모자라서 아토피만큼 완치가 어렵다는 건선까지,.,...에궁,,,,,,
그동안 들인돈이 얼마며 암것두 모르구 탈스 한답시구 지금까지 걍 흘린시간이 얼만데....
넘 당황스럽고 놀래서 눈물도 안나오구...그저 답답할뿐....

근데 님의 글보구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다시 시작이라고,,,,,,한번 해보자고,,,
그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진 못합니다, 부모님이라두 말이죠~~
벌써 20대 중반인 그것도 여자인 저로써는 글구.,아직 학생인 저로써는 마음만 조금해집니다.

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저에겐 지금이 가장 중요할때인것 같아염~

저,,,,,다시 시작해 볼랍니다.,.,,제 안의 저를 믿고~~~~

힘내자,,아자아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