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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간동아] 공공의 적, 햄버거
 
등록일: 2003-01-27 14:41:00 , 조회: 1,158

다음은 주간동아 제345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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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변호사, ‘비만의 주범’으로 패스트푸드 업계 겨냥 소송 뜻 밝혀 … 최대 쟁점 부상, 새 개념의 ‘제조물책임법’ 공방 예고

7월15일 미국 CBS 방송 아침 정보프로그램 ‘얼리 쇼’(Early Show)에서 ‘패스트푸드 법정논쟁’을 예고하는 작은 말싸움이 있었다. 이날 말싸움의 두 주인공은 조지 워싱턴대 법학교수이자 공익전문 변호사인 존 밴자프(John Banzhaf)와 미국 내 전국 레스토랑 연합체인 소비자자유센터(CFC·The Center for Consumer Freedom)의 공동대표이자 대변인인 존 도일(John Doyle).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밴자프가 이번에는 햄버거와 피자 등을 제조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업계를 겨냥, “미국인들의 식품관련 비만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이들 업체들이 최소한 부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 제기의사를 밝힌 것이 이날 싸움의 발단이었다.

“지방·칼로리 양 정확히 공개 안 해 건강한 선택 방해”

팽팽히 맞선 양쪽의 입장을 살펴보자. 밴자프는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판매식품의 지방과 칼로리 함량 등 주요 정보를 메뉴와 포장지 등에 분명하고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슈퍼, 더블 사이즈 등 양이 많은 메뉴를 적정 가격보다 싼값에 내놓으면서 영양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건강한 선택을 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만과 관련해 사회적 제반 비용이 한 해 1170억 달러(약 140조원, 2000년 기준)에 이른다. 소송을 통해 비만과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높은 세금과 의료보험료를 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강한 ‘전투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패스트푸드 업계가 크게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미국 식당업계 대변인이란 자막과 함께 등장한 도일은 “비만은 소비자 스스로 식습관을 판단하고 조절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 우리가 비난받을 일이 절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밴자프의 소송 의도가 불순하다”고 공격했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단지 비만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니까 이를 기회 삼아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고 괜히 소송을 거론하며 요란스럽게 떠드는 것(ambulance chasing)에 불과하다. 여론을 호도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밴자프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영양정보를 확인할 수 있듯이 패스트푸드도 쉽게 정보를 알고 사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섰다. 소송의 근거에 대해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과 함께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식물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도 소비자보호법과 현대적인 PL(Product Liability)법-제조물책임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도일은 “미국 내 모든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이미 고객에게 식품의 영양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면서 “모든 식당에서는 벽에 영양정보를 게시하거나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팜플렛 등의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공방전에 사회자가 밴자프에게 던진 질문 한 가지. “소비자가 샐러드를 주문하지 않고 빅맥을 사 먹은 책임을 왜 맥도날드가 져야 하는가?” “물론 비만의 원인으로는 과식과 운동부족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전제한 밴자프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가 끊임없이 광고를 통해 정확한 영양정보는 빼고 맛있다는 메시지만 전하는 점과, 청소년들에게 장난감을 끼워주는 ‘해피밀’ 등으로 유혹해 비만어른으로 이끌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담배회사에 못지않게 소비자 건강을 해친 부분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비만 관련 사망’ 인과관계 규명 힘들듯

이날 두 사람의 논쟁은 짧게 끝났지만 만약 밴자프 변호사의 소송계획이 현실로 될 경우 미국인들의 이목을 한꺼번에 집중시키며 ‘햄버거 대전쟁’으로 비화할 것은 자명하다. 논쟁에서도 거론된 맥도날드와 피자헛 등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미국인들에게 높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일반적인 미국인은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이상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를 먹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미국에서 건강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가 바로 ‘다이어트’일 정도로 대다수 성인들에게 비만은 절실한 문제다. 패스트푸드를 둘러싼 비만논쟁이 벌어질 경우 폭발적 관심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현실은 미국 정부의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 공중위생국의 보고서(1999년 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61%, 어린이(6~11세)의 13%, 그리고 청소년(12~19세)의 14%가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조사됐다. 이는 20년 사이 세 배 가량 증가한 수치며, 비만 관련 사망자는 한 해 30만명에 이른다.

때마침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도 마치 ‘햄버거 소송’을 기다렸다는 듯 ‘비만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지난 7월7일 ‘뉴욕타임스’가 주말판 잡지 커버스토리로 ‘이제껏 잘못된 다이어트 상식에 속아왔다’는 주제의 기사를 다루면서 연일 인터넷 토론방에 독자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글이 상당수다.

ID가 mes08200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만약 담배회사들이 담배 때문에 생긴 질병에 대한 의료비용을 배상한다면, 패스트푸드 업계에 비만과 지방 및 당분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용을 물게 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다. NBC, CBS, FOX 등 주요 공중파 방송들도 뉴스와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이 기사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며 비만논쟁 확산에 일조했다.

그러나 비만 관련 사망을 패스트푸드 음식과 결부시켜 그 인과관계를 밝혀낸다는 것은 흡연 피해에 대한 소송보다 훨씬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비교할 때, 비만이 심장마비 사망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를 입증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소송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있다.

학교엔 운동기구 기부·법률팀 가동 등 ‘업계 초비상’

밴자프도 “니코틴은 중독성 물질이므로 흡연자는 자기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음식에 대해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소송의 어려움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소송의 궁극적 목적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판매식품의 영양소 구성비를 자세히 밝히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확하고 분명하게 표기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있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과정에서 가장 몸이 단 곳은 패스트푸드 업계. ‘소송사태’가 빚어질 경우 결과와 무관하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 자연히 필사적인 대응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미 소비자자유센터(CFC)를 통해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에 맞서 여론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신문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식품가공회사들은 자사 제품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말 것을 소비자들에게 경고하는 문구를 상품에 표기하는 방법을 강구중이다. 일부 패스트푸드 체인은 각급 학교에 운동기구를 기부하고 있으며 집단소송에 대비해 법률팀을 가동,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이어 CBS 방송을 통해 패스트푸드의 유해성 논란이 소개된 다음날(7월16일), 소비자자유센터는 홈페이지(www.consumerfreedom.com)에 ‘고기를 먹어야 하는 새로운 이유’라는 글을 실었다. 여기서 스웨덴 학자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의 연구결과 등을 근거로 △채식주의자들은 비타민 B12와 D, 칼슘과 셀레니움 등의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된다. △채식주의자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기형아가 될 확률이 5배나 더 높다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육식을 권장하고 나섰다. 때가 때인 만큼 패스트푸드에 대한 은근한 지원 사격의 의미를 감지할 수 있다. 앞으로 ‘햄버거 소송’을 둘러싼 양쪽의 움직임이 어떻게 이어질지, 미국인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아비만 증가속 ‘청소년 비행과 패스트푸드와의 상관관계’ 속속 밝혀져 … 미국서 위해 판결 땐 국내서도 소송 가능할 듯

어느 유치원의 간식 시간. 이곳에서는 철 따라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 간식으로 제공한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집에서 이런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어 오히려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모처럼 손자의 유치원에 들렀던 할머니가 이 광경을 보고 “좋은 음식도 많은데…”라며 눈살을 찌푸렸다고 한다. 할머니의 머릿속에 감자 고구마 옥수수란 부족한 쌀 대신 먹어야 했던 구황식품일 뿐이다. 대신 햄버거와 프라이드 치킨 혹은 너겟, 여기에 프렌치 프라이(튀긴 감자)와 통조림에서 꺼낸 샐러드, 얼음 가득 넣은 콜라를 곁들여 먹어야 ‘세련되고 문화적’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햄버거와 피자 가게로 향하는 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지만, 이미 부모 세대들도 고소하고 들쩍지근하며 톡 쏘는 패스트푸드 맛에 길들여져 있다. 1984년 버거킹과 KFC의 한국 상륙, 1988년 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열면서 시작된 다국적 기업들의 패스트푸드 전쟁은 20년도 채 안 돼 한국인의 입맛을 점령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 기관인 P&P가 한국인 1282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49.4%가 일주일에 1~4회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이틀 걸러 한 번꼴(한 달에 15회 이상)로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도 13.6%나 된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KFC 파파이스 하디스 등 6개 업체. 대부분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프라이드 치킨이 주메뉴다.

“정크푸드 장기 섭취 땐 주의력 저하·욕구불만 고조”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단연 ‘맛’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맛의 비결이 기름덩어리라면?

3년 전 홍콩소비자위원회가 홍콩 내에서 팔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피자를 조사한 결과 엄청난 양의 지방과 나트륨이 포함돼 있어, 패스트푸드 섭취를 절제하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같은 업체의 제품이라도 국가나 지역에 따라 함유량이 다르나 홍콩 햄버거의 경우 지방함유량이 최소 35%, 최고 45%에 이르렀다(삼겹살의 지방함유량은 25%).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성분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으나, 햄버거 패티의 맛과 형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10% 이상 우지(牛脂)를 섞어야 하며 전체적으로 햄버거의 30~40%가 지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스트푸드의 지방 함유량이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현대인의 역병(疫病)’이라 불리는 비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어린이 10명 중 3명이 소아비만이고, 그 10명 중 3명 이상은 고혈압 지방간과 같은 성인병 증세를 나타낼 정도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가장 먼저 패스트푸드가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은 단지 고지방, 고열량에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주부 모임인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옛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은 패스트푸드를 포함,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음식 39가지를 꼽으면서 이런 것을 먹이느니 차라리 굶기는 게 낫다고 말한다.

패스트푸드의 주메뉴인 햄버거 피자는 동물성 단백질, 지방, 정제된 설탕, 소금, 화학조미료로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성장과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녹황색 채소는 아예 없거나 면피용으로 끼워져 있을 뿐이다. 또 정제된 소금과 설탕은 칼슘 등 중요한 미네랄을 녹여 뼈를 약하게 만든다. 감칠맛을 내는 화학조미료는 글루탐산이 주성분인데 이것이 신경조직에 흡수되면 신경세포막을 파괴하며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그 밖에 미국에서 시판되는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제품에서 다이옥신 퓨란 등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다량 검출된 적이 있고,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기준 이상 검출돼 ‘패스트푸드는 위생적’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했다.

한편 한국청소년연구소(이사장 박명윤·보건학 박사)가 2000년 11월 조사한 ‘비행청소년의 식생활에 관한 연구’를 보면 라면, 햄버거, 피자, 탄산음료 등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량에서 일반청소년과 비행청소년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비행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이와 같은 음식물을 2배 가량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박명윤 이사장은 “대량의 카페인, 당분, 방부제, 향료, 인공 착색료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을 ‘정크 푸드’라고 하는데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이런 인공물질에 대한 신체 저항력이 불완전하므로 지속적으로 그런 음식을 섭취하면 주의력이 흩어지고, 욕구불만이 쌓여 폭력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쓰쿠바대학에서 270명의 비행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일반아이들보다 인스턴트 식품을 25% 가량 더 먹었고, 아침을 거르는 경우는 3배나 더 많았다. “패스트푸드가 아이를 망친다”는 ‘정크푸드 이론’이 일본 내에서 설득을 얻어가면서 영양학자들은 채소 위주의 ‘순간 분노 폭발 방지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심리학자인 오사와 히로시씨는 “아이들이 현재와 같은 식사 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부모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박명윤 이사장은 “한 차례 연구로 패스트푸드와 범죄행동과의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나 교도소의 식단을 채소 위주의 자연식으로 바꾸었더니 성적이 높아지고 행동이 온순해졌다는 미국의 선행 연구도 있다. 우리도 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식습관 변화와 청소년들의 행태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채소 위주 식단 변경 후 성적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햄버거가 이미 ‘국민적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일곱 살에서 열세 살 사이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3개 이상씩 먹어치우는 미국에서 햄버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미 부시 대통령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크푸드 퇴치에 나섰다. 비만의 원흉으로 지목된 정크 푸드는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감자칩, 팝콘 등 스낵류,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다.

미국은 ‘정크 푸드를 덜 먹자’는 캠페인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각 주정부들이 ‘학교 내 탄산음료 자동판매기 규제법’이나 정크푸드에 대한 세금 부과와 같이 보다 강력한 입법 조치를 강구중이다. 여기에 담배회사와의 소송에서 승리를 거둔 밴자프 변호사가 ‘햄버거 소송’을 선포하면서 ‘비만과의 전쟁’은 사실상 ‘패스트푸드와의 전쟁’이 됐다.

밴자프 변호사가 소송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 제조물책임법(PL법). 기업이 제작, 유통한 제조물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고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PL법은, 지난 7월1일자로 국내에서도 시행에 들어가 ‘한국판 햄버거 소송’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법에 따르면 과거엔 기업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돼야만 소비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제품 결함이 확인되는 순간 기업은 무조건 배상을 해야 한다. 미 법원이 담배 제조업체에 ‘표시상의 결함’을 들어 1450억 달러의 배상금 판정을 내린 것이 좋은 예다. 패스트푸드가 비만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음에도 소비자에게 경고나 표시상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이 또한 ‘제품 결함’의 하나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계가 국내 PL법 시행과 함께 분쟁해결기구로 설치한 ‘식품PL센터’(식품공업협회 내 설치)에는 아직까지 패스트푸드 관련 분쟁이나 기업 상담이 접수된 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담배소송에 비추어 미국 내 소송 결과에 따라 한국에서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컨설팅회사인 PL코리아의 이경미 박사는 “패스트푸드에 인체에 해로운 첨가물이 들어있지만 그로 인한 발병 등 신체상의 해가 확인되지 않는 한 당장 소송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패스트푸드가 비만이나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돼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때를 대비해 ‘과다 섭취할 경우 고혈압, 비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식의 경고문구를 삽입하고 포장지에 성분을 정확히 기재하는 등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권재익 리콜제도운영팀장은 “PL법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손해가 발생하고 배상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비만처럼 10~30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를 가지고 소송을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담배와 유방확대 수술에 쓰인 실리콘의 경우처럼 미국에서의 위해(危害) 판결이 곧장 한국에도 영향을 준 관례로 보아 햄버거 소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경고문구 부착은 최소한의 조치이며 그렇다고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경고 : 햄버거는 비만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비만한 사람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패스트푸드 포장지에서 이런 문구를 읽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물론 20여년간 중독된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인간광우병 쇠고기와 부산물 섭취로 감염 추정 … 뼈에서 떼어낸 고기 ‘MRM’도 의심거리

1996년 3월20일 영국 정부는 소해면상뇌증(BSE·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변하는 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었다.

영국 내 전문가들이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40세 이하의 젊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들이 속속 보고되면서부터. 종래 100만명당 1명꼴로 자연 발생하는 산발형 CJD 환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10대 환자가 치매증세를 보였을 때 의학계는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99년까지 가장 어린 발병자는 14세,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53세로 발병시 평균연령은 28세였다(사망연령 29세). 기존 CJD 환자와 비교해 평균연령에서 30여년의 큰 차이를 드러냈다. 영국CJD감시단 팀장인 신경학자 로버트 윌 박사는 “vCJD가 부분적으로는 연령과 관계 있는, 특히 30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병하는 새로운 질병”이라고 결론지었다.

“햄버거 소시지 파이 등 가공육 상당한 위험에 노출”

그렇다면 왜 vCJD는 특별히 젊은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할까. 영국 ‘광우병백서’(한국어판 식품의약품안전청 발간)를 보면, 이들이 식품과 백신으로부터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백신의 경우 직접 소의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도 생산 과정에서 소태아혈청, 소혈청알부민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와 그 부산물을 직접 먹었을 경우다. 특히 햄버거(쇠고기버거), 소시지, 쇠고기파이 등 가공육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즉 지금까지 의학계가 밝혀낸 vCJD의 감염 경로를 보면 광우병 오염도가 높은 동물의 뇌, 척수 등이 포함된 쇠고기 제품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영국에서는 1989년 소내장육(뇌, 편도선, 척수, 비장, 흉선, 창자 등)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햄버거용 패치나 소시지, 고기파이 등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든 식품에 소의 뇌를 갈아 만든 액을 접착제처럼 사용해 왔다. 또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만드는 데 뇌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1999년 기센대학이 500개의 샘플에 대해 생화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소시지 무게의 최대 5%까지 뇌를 비롯한 다른 중추신경계 물질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처럼 직접 소의 뇌를 먹지 않았더라도 햄버거나 소시지 등 가공육을 통해 광우병에 오염된 뇌를 섭취할 수 있다.

또 다른 감염경로로 지적된 것이 MRM(Mechanically Recovered Meat) 식품이다. 소, 양, 돼지, 닭 등의 도살과정을 기계화하면서 과거에는 발라내기 어려웠던 뼈에 붙은 살을 떼어내기 쉬워졌고 그만큼 고기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뼈에서 떼어낸 고기를 MRM이라 한다. MRM은 고기파이, 소시지, ‘값싼 버거’ 등 여러 가지 육가공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영국 가축위생과의 팀 렌더 박사는 “MRM은 얇게 저미거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이용될 수 있다. 주요 용도는 식품매장 아래에 위치한 냉동 소시지, 버거, 파이 등의 제품”이라고 말한다.

‘광우병백서’는 이 제품들에서 MRM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르며 일부는 그 이상의 함량을 나타낸다고 했다. 문제는 고기 자체가 아니라 뼈를 톱으로 자르는 MRM 처리과정에서 광우병에 오염된 척수가 고기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CJD감시단이 젊은 vCJD 환자의 발병 원인을 추적하면서 유독 ‘햄버거’에 의혹을 두는 이유는 제품 소비와 나이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쇠고기, 소시지, 고기파이는 나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겨 먹는 식품이지만 햄버거의 경우는 달랐다. ‘광우병백서’는 햄버거를 가리켜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유일한 고기제품이라 했다. 이는 어른보다 햄버거를 많이 먹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광우병 감염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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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5 2003/05/21
108  [헬스조선] 고기보다 질긴 육식에의 유혹 
889 2003/01/25
107  [한울벗] 채식 길라잡이 
2013 2003/09/18
106  [한살림] 청량음료,얼마나 해로울까? 
2416 2003/02/02
105  [한살림] 식품첨가물, 얼마나 해로울까? 
1166 2003/01/27
104  [한살림] 밥상을 다시 차리자 
1356 2003/01/28
103  [한겨레] 당신의 식탁에 GMO 식품이… 
1244 2003/01/28
102  [타노이 마사오] 기생충과 알레르기 
1499 2003/05/21
101  [최열] 이런 거 사지 맙시다 - 콜라 
924 2003/01/24
100  [최열] 이런 거 사지 맙시다 - 수입오렌지 
1371 2003/01/24
99  [최열] 이런 거 사지 맙시다 - 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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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채식연합] 채식식당, 관련사이트, 관련책 소개 
1900 2003/02/02
96  [주간동아] 물 이야기 
1334 2003/01/27
 [주간동아] 공공의 적,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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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존로빈스] 엽기 실화: 돼지 이야기 
1269 2003/01/24
93  [존로빈스] 엽기 실화: 닭 이야기 
1467 200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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