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ny |
등록일:
2000-01-12 18:58:54 , 조회:
1,021 |
안녕하세요? Hanny입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요즘들어 새삼 느끼곤 합니다.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하며 살아야만 했는지...
나쁜 짓 한적도 없고(쪼금은 있지만...) 사고나서 생긴 병도 아니고...
남과 똑같이 먹고 자며 같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공기 마시며 살아가는데, 왜 유독 나만 이런 병이 있나 하며 나 혼자 인생을 비관하며 살아온게 30여년이 넘었었습니다.
웬수같고 지랄같은....이눔의 아토피때문에...잃은게 많았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같이 농구할때 웃통벗고 뛰어보는게 부러웠었고...
땀흘린 후 수돗가에서 맘대로 세수하며 몸을 씻는게 부러웠었습니다.
대학교때 MT 한번 가려면 스테로이드제로 위장하고 따라갔고...
전방입소(86년 당시...)때면 병원에서 약 한통을 가지고 친구들 모르게 저 어디 후미진 곳에서 약을 발라야만 했습니다.
입대하기 전 신검받을 때 아토피라고... 견디기 힘들다고 외쳐댔건만...
그 군의관 하는말... 군대가면 다 낫는다네...
남들은 모르는, 어머니도 모르는 징그러운 3년의 시간들...
먹고 살려고 이 장사 저 장사 해보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아토피의 상태로서는 손님 앞에 나설 수가 없어 어쩔수 없이 스테로이드제로 무장을 하고 장사를 한지 6년, 아니...7년째...
끊고 싶었도 끊질 못했던,,,아니 끊을 시간이 없었던 스토로이드와의 악연...
이 세상에 아토피환자는 나 혼자인줄만 알았었습니다.
작년 6월이던가...우연히 시작하게 된 반신욕...
기역하기도 싫은 명현현상의 시간들...
정말이지 이렇게라도 병치례를 하면서 살아야만 하는지 회의만 오고요...
덕분에(?) 본의아니게 장사도 넘기고...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가 생겨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암튼 2000년부터는 새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죽이 되던 떡이 되든... 짓물이 터져 나오고 몸뚱아리가 뒤집어 져도...
하루라도 좋으니까 인같같이 살아보고 싶은 욕심에...
미친 척 매달렸었습니다.
그 과정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괴로웠어도 참아낼 수 있었던건(남들은 안그런거 같던데...) 나만의 믿음같은 거랄까요...필시 이유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먹은 것도 없고 바른 것도 없는데 이런
변화증세가 왔다는거는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것이다 해서요...
...
...
7개월째...
어떻게 보낸 시간들이었는지 참으로 환장적이었던 99년이었었습니다.
기역하기도 싫지만 잊어버리지 않을 거 같은 ...
해보고 싶은게 참 많아졌습니다.
응어리졌던 한이 뻥 뚫린 기분이랄까...
올 여름엔 짧은 반팔도 입어보고 싶고...
수영장 가서 팬티만 입고 나다니고도 싶고...
삼겹살에 돼지갈비에 소주는 요즘도 맨날 하니깐 그건 원을 풀었고요...
또 하고싶었던게....아..
몇일을 여행해보고 싶더라구요...
약 없이...
평생에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제부턴 열심히 일도 할겁니다.
땀흘리면서 버는 노동의 댓가를 맛보고자...
옛날엔 땀흘리며 일할라면 근질거려서 못했거든요...
총각이었더라면... 미팅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데...
암튼...
멋있게 살고싶습니다...이제부턴...
참..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릴게...
제가 반신욕을 했다해서 이것이 모든 아토피인들에게 100% 완치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제 경우엔 우연인지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았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거라고는 장담을 못드리고요, 병가지고 완치니 뭐니 하는 말들은 아토피환자였었던 저로서도 별로 듣고싶지 않은 말이기에, 제 경험만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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