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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6-03 10:34:3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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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유명하다는 대학병원도 다 그런가요??? 아주대도?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뺴면 처방할 약이 없다고?>
턱 주변이 가려운 오래된 증상으로 인해 김포 사우동의 '미소가인'이라는 피부과를 찾았다.
사실 집 가까운 피부과에서 한달여 치료를 받았으나 제대로 치료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터..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다른 병원에 한번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의사와 마주앉자마자 내 증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줬다.
의사는 턱 주변을 쓱 쳐다보더니만 이내 '습진이거나 어루러기, 혹은 알러지성 피부염 같아 보인다'고 진단을 내린다.
어라?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진균'이라고 진단했는데...
게다가 이전 병원에서는 어두운 방에서 곰팡이균 검사 램프로 샅샅히 훑어본 뒤에 내린 진단이었다.
그래서 이전 피부과에선 진균이라고 하더라.. 얘기해줬더니, 의사의 첫 반응이 좀 우습다.
"어디 피부과요? 일단, 김포에는 우리 병원하고 바로 옆건물하고 피부과가 2군데 밖에 없구요..."
내가 다닌 피부과가 피부과가 아니라니..
그럼... 난 그동안 피부과를 사칭한 돌팔이 가짜 피부과에 다녔단 말인가.. -_-;;
내가 다녔던 피부과의 원장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외과' 전문의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자기들이 '유이한' 피부과라는 사실을 뜬금없이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마음 속으로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하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
여하튼.. 한눈에 훑어보고 내린 진단이 썩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내가 의사가 아닌걸 어쩌랴..
또 피부 상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 그 의사 말대로 그새 진균증은 낫고 습진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내 처방을 내려주려는 것 같길래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는 안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미리 밝혔다.
여기서 잠깐... 내가 왜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을 기피하냐고?
이전 포스팅에서 여러차례 밝혔듯,
아무 설명도 안해준 이대목동병원 교수 때문에.. 스테로이드인 줄도 모르고 1년 가까이 쳐발랐지만..
낫기는 커녕 결과적으로 증상이 악화된 게 일차적 원인이다.
그리고 이후 관심을 갖고 여러 책도 읽고 정보를 찾아본 결과,
스테로이드는 놀라운 즉각적 효과 때문에 피부과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결국엔 그 약효라는 게 일시적이고 대증요법에 불과한..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배리 본즈나 맥과이어, A-로드 같은 불세출의 야구선수마저 스테로이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스테로이드의 '마약성'을 웅변해주는 실례라 하겠다.
그리고 알러지성 가려움증을 말끔하게 가라앉혀주는 항히스타민제..
이것 역시.. 부작용은 스테로이드에 비할 바 없이 비교적 안전한 약이라고는 하지만..
습관적으로 장기 복용할 경우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적지않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인 고로..
알러지 증상 때문에 몸이 가려워도 웬만하면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약이다.
어쨌든.. 내가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안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의사의 얼굴에 순간 냉소가 스치는가 싶더니 다소간의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다.
"스테로이드는요, 우리 몸 콩팥 위쪽에 부신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오는 호르몬이죠"이라고 말을 끊자 잠깐 멈추고 쳐다보더니,
"그게 없으면 사람이 죽습니다" 이런다..
물론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이 없으면 사람은 죽을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즉각 투여해주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피부염 환자들은.. 스테로이드가 없어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건 의사가 아닌 나도 100% 확신할 수 있다.
게다가 내 몸 속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은 너무도 정상적으로 계속 생산되고 있다.
오히려 전신에 흡수되는 스테로이드 외용 제재를 반복해서 쓸 경우,
내 부신은 '어라, 내가 안만들어도 호르몬이 생기네' 이러면서 호르몬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스테로이드에 대한 기초 강의를 이어가려는 의사에게,
그 정도 기초정보는 나도 잘 알고 있다고 얘기해준 뒤 내 의견을 계속 밝혔다.
이대목동병원에 다닐 때 스테로이드인 줄도 모르고 처방을 받아 1년 가까이 발랐지만
결국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사실도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의사가 슬슬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그래서 무슨 부작용이 있었나요?"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스테로이드의 일반적 부작용을 의사가 환자인 나한테 묻는 건지?
아니면 스테로이드 1년정도 쓴 걸로는 죽을 정도의 부작용은 안나타나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지?
머리 속으로 약간의 혼란을 느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열심히 발라도 낫지도 않을 뿐더러, 오래 쓰다가 안쓰니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것 같더군요."
그랬더니 의사는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책상위 모니터를 돌려 나에게 보여준다.
"오늘 50여명 진료를 했는데, 다들 스테로이드 쓰고, 낫기도 하고 그럽니다.
스테로이드는 그 '드라마틱'한 효과 때문에..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을 안쓰면 쓸 만한 약이 거의 없어요."
내가 "약이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다는 얘기죠?" 했더니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대학병원 같은 데 가면 면역억제제 같은 걸 줄 지도 모르죠"라고 덧붙인다.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묻기로 했다. 정말 궁금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제 증상에 스테로이드를 쓰면 확실히 낫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의 의사, 이제 불쾌하다는 표정까지 얼굴에 스치기 시작한다.
"낫는다는 의미가요, 감기나 당뇨병에 낫는다는 개념이 있습니까?
1년 뒤에 다시 감기 걸렸다고 해서 나은 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나요?"
얼씨구, 너무나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난 아까운 시간 버려가며 그런 초보적 수준의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부작용 큰 '대증요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스테로이드에
과연 얼만큼의 치료효과가 있다고 그 의사는 믿는지, 난 그게 궁금한 거였다.
"감기 같은 건 경우가 다르죠. 제 말은, 스테로이드 써서 일시적으로 잠복하고 있다가
다시 재발하는 걸 나앗다고 얘기할 수 있냐는 거죠.
대부분 사람들이 스테로이드인 줄도 모른 채 효과 좋다고 남용하다가 오히려 고질화되고 만성화되고 있지 않나요?"
이쯤 되니 애써 점잔 빼던 의사도 짜증나는 걸 얼굴에 감출 수 없게 된다.
말하는 중간중간 "다른 병원에 가셔도 좋은데요"
혹은 "지금 논쟁할 생각은 없는데요" 라는 말을 수차례나 반복하면서,
그만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가해온다.
마치 너처럼 무턱대로 스테로이드 안쓰겠다고 우기는 무식한 환자 많이 봤다,
더 이상 얘기해봤자 내 입만 아프니 조용히 나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안왔으면 좋겠다는 투다.
뭐 나도 아까운 시간에 의사와.. 그것도 의학적 문제로 논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진료비 내는 환자로서 피부과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논쟁 혹은 의학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면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일어서기로 했다.
"어쨌든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빼면 저한테 처방해주실 전혀 약이 없단 말이죠?"
"네."
그리고는 다소 참담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왜 참담했냐고?
정말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빼고 나한테 쓸 수 있는 약이 전혀 없다면..
그것 참 난감하고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약효는 좀 약하더라도 쓸 만한 약이 분명 있다면..
그 의사의 양심 혹은 지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내 친구 중 산부인과 의사가 하나 있다.
어느날 그 친구와 내 증상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그 친구 왈,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딱 3개밖에 없어"
그 3개 중 2개는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이 분명하고, 나머지 하나는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보톡스인가??
나를 진료했던 미소가인 피부과 원장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봤는지 모르겠다.
혹은.. 다른 부작용처럼 확연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스테로이드가 면역 체계에 얼마나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꼭 그 원장에게만 궁금한 게 아니라, 모든 피부과 의사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도대체 피부과의 의료현장에서 스테로이드를 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거냐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함을 표시하면서 사실상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의사의 잘난 권위를 지키는 길이냐고.
온갖 다양한 원인과 배경을 갖고 있는 피부염에 대해,
피부과 의사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준다.
진균이든, 습진이든, 어루러기든, 알러지성 피부염이든 스테로이드 하나로 천하통일이다.
물론 환자들은 그 놀라운 즉각적 효과에 반해 마르고 닳도록 연고를 발라댄다.
그리고 마침내 짜고 짜내도 더 이상 연고가 나오지 않을 때.. 피부염은 다시 악성으로 재발하고..
그제서야 다시 병원을 찾아 또한번 같은 스테로이드 연고, 혹은 더욱 강한 수준의 스테로이드를 처방받는다.
그러는 동안 알게 모르게 피부염의 원인이 됐던 환경이 개선돼 치료되는 운좋은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렇게 수년, 혹은 10년 이상까지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다가
결국 무서운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는 그야말로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에 대해 피부과 의사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몸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유기적인 생체 조직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기관, 조직, 세포들이 혈관과 자율신경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얽혀
서로 민감하게 작용하며 반응한다.
그런데 수많은 진료과목으로 나뉘어져 있는 개별 병원들은,
이런 몸의 전체적인 유기성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오로지 피부만을 들여다보는 피부과는 더더욱 그렇다.
모든 피부의 병증에는 몸의 유기성과 관련된 어떤 근원적 문제가 있을진대,
피부과 의사들은 국소적인 피부의 증상만 당장 해결된다면야 몸은 망가지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사실 피부 증상도 잠시잠깐 가라앉히는 대증요법에 불과한 데다,
그러는 동안 몸은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애써 그들을 이해하자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피부과 의사들로서도 뾰족한 답은 없을 것 같다.
당장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생활습관과 환경을 개선하세요. 식이요법을 실천하세요. 운동하세요." 따위 먹히지도 않는 얘기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약도 처방도 안주는 병원이라고 소문나 손가락만 빨 수도 없고,
피부미용을 위해 찾아오는 아가씨들만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테로이드 처방을 피하고 싶어도,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만한 이렇다할 약이 개발돼 있지 않다.
스테로이드의 약효가 워낙 '드라마틱'하고 즉각적이어서, 세상이 수십년간 그 마력에 푹 빠져 지내온 탓이다.
하지만 아무리 도리가 없더라도, 나 처럼 스테로이드에 대한 적극적 거부를 실천하는 환자들에게
그렇게 불쾌한 표정으로 대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피부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이전에 다니던 피부과의 '외과의'는 나의 이런저런 설명과 의견을 듣고난 뒤 충분히 존중해줬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줬으되 정 피하고 싶으면 가려울 때만 바르라고 했다.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치료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건 적어도 마약과도 같은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은 치료였다.
비록 증상을 만족스럽게 호전시키지는 못했으되, 그런 의사에게는 최소한의 고마운 마음이라도 드는 것이다.
[출처]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빼면 처방해줄 약이 없다고?|작성자 봉구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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