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uemoon |
등록일:
2015-02-14 16:49:36 , 조회:
4,802 |
안녕하세요.
올해 중3이 되는 남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아토피아를 알게된건 최근이구요, 게시글들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어요.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내어 몇자 적어보려구요.
제 아들에게 아토피가 찾아온건 다섯살쯤입니다. 귀밑과 팔 접히는곳, 사타구니 등 아토피가 심하지 않았고, 음식에 알러지반응도 없어서 골고루 다 먹으며 자랐어요. 스테로이드에 무지해서 약국연고를 사다가 올라올때만 발라줬구요. 그렇게 간헐적으로 약국 연고만 바른게 8~9년 되네요.
악화된건 초등 6학년때입니다. 얼굴을 비롯해 접히는부분, 상체, 하체 손발등까지 죄다 올라오더군요. 땀흘리거나 뭔가 먹으면 어김없이요.... 등은 땀띠같이 오돌도돌 했는데 진물이 나지는않았고, 전체적으로 가려워서 온몸을 밤새 긁다보니 피와 상처 투성이였죠. 잠을 두어시간밖에 못자 만성두통도 생기더라구요. 불면때문인지 밤중에 자꾸 헛것이 보인다하구.....
아들이 순둥이 성격인데다가, 명랑해서 친구도 많았는데, 점점 말수도 없어지고 대인기피에 웃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때 한의원엘 처음 갔고, 그때부터 종합운동(격투기,주짓수, 유도)을 시작했습니다. 공부 학원은 안보냈어요. 체력이 제일 중요할거같았구, 기특하게도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학교 수업을 잘 이해했거든요.
어쨌든 두세달 한약을 먹었고 차도가 없어서 그만두고, 서울에 있는 피부과를 가서 주는약을 먹었는데 잠을 못자길래 그것도 관뒀어요. 참고로 저희 사는곳이 충북 음성이라 근처에 병원이 별로예요. 그래서 친정이 있는 서울쪽으로 가게 되네요.
이때부터 남편이랑 쉬는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쑥, 솔잎, 쇠비름, 봉삼, 개구리밥, 뽕잎등등 좋다는거 직접 채취해서 효소에, 감식초까지 바르고 먹이고 하다보니 자칭 아토피 박사 비슷하게 되더군요. 봉삼은 간손상이 우려되서 뿌리 심지를 발라내고 말려서 물에 끓여 피부에만 발라줬어요. 바르고 한동안 덜가려워했는데 그것도나중엔 안들었어요.
그러다가 제대로 된 한의원에 가보자 해서 서울 ㅍㄹㅎㄱ 체인 한의원으로 갔죠.(다른분 글에 그한의원 올라와있던데....)
제가 일을하니까 격주 일요일마다 올라갔고, 그곳 지침대로 채식(난소화음식. 김밥, 고구마, 옥수수, 감, 바나나, 해산물, 과식 야식 금지예요)과 운동, 채소주스, 옥수수수염차2리터씩 먹고, 학교급식은 최대한 가려서 먹고 했더니 차도가 보이더군요. 그때부터는 집근처 피부과 연고를 처방받아 발랐는데 한의원에서도 조금씩은 쓰라고 하더라구요. 하티손 로션과 프로토픽이요. 그렇게 여섯달쯤 지났는데 더이상은 호전이 없었고, 또 몇달후 운동중에 무릎 이상이 왔어요. 성장통일줄 알았는데 오스굿씨 병이더군요. 맨날 풀만먹고 소식하고 운동은 빡세서 몸이 못버틴건지, 사실 격투기 운동량이 굉장히 많은데 먹는게 못받쳐줬죠. 한창 성장기에 채식만 했으니...
결국 운동은 1년 다니다 중단했고 한의원 15개월째 치료중엔 아이 몸에서 진물이 나면서 상태가 더 나빠지고, 없던 두피에도 생기더군요. 예전에 심할때도 진물은 안났었는데... 한의원에서는 '체증'이 생겼다고 약을 바꾸데요. 아이 살은 더 빠졌는데.
게다가 갑자기 몸 여기저기에, 가렵지않은 고름이 들어있는 좁쌀같이 작은 수포가 생기고, 종아리 중간부터 발등까지 작고 붉은 반점까지 늘어나는겁니다. 자반증 비슷하게요. 한의원에 물어봤더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했어요. 그리고 이때 진물이 나면서 스테약발도 안들어서 이참에 끊자는 마음으로 연고를 줄여나가기 시작했죠.
마침 겨울 방학이어서 집에서 쉬면서 철저히 관리하니 조금씩 좋아졌는데, 이상하게도 개학하자 마자 다시 나빠졌어요. 학교 급식도 그렇고 스트레스 등의 자극도 원인이었겠죠. 한약도 문제가 있었을것 같구요.
휴.....이젠, 이건 정말로, 아니다 싶더군요. 이렇게 20개월간의 긴 치료끝에 한의원의 환상에서 깨어났지만, 아토피에서 벗어날수 있을거란 부푼 희망도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이곳 아토피아에 와서 통감했어요. 아토피는 어쩌면 평생 지고 가야하나보다.....
것 참, 허망하고 막막하고.... 슬펐네요.
그러나, 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니까요. 내 아이를 지켜줘야 하잖아요.
피딱지가 마를새없이 같이 잠못이루는 수많은 날, 가슴을 치며 피눈물을 흘렸더랬죠.
내가 전생에 큰 죄를 지었나? 천사에 악마, 하느님 부처님, 많이 찾았지만 엄연한 현실앞에 되도않는 기도만 할순 없으니까요.
아들이 성인이 되면 스스로 더 몸을 돌보도록 하겠지만, 아직은 제가 더 지켜주고 싶네요.(그때는 탈스도 고려해야겠죠)
여기까지가 저희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몇가지 결론을 내렸어요.
아토피는 완치가 어렵다.
그러나 간혹, 장건강, 운동, 생활습관 및 식습관 관리, 민간요법, 한의학, 양의학 등의 여러가지 변수를 통해 면역력이 높아져서 체질이 개선되고, 그로인해 완치에 가까워지거나 경증 아토피로 호전될수도 있다. 또한 위의 변수로 호전된 아토피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수도 있다.
저희 경험상 한의학은 정 원한다면 삼개월 정도는 해볼만 하지만 그 이후에는 시간낭비에 몸상하고 한약중독, 돈날림 등의 역효과가 있는것 같네요.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하는건 아니구요. 주변에서 한약 먹고 혹은 어디 온천 갔다가 아토피가 씻은듯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는데(수년에서 십수년째 유지되는 사람도 있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직접 들었구요), 그건 그사람에게만 작용했던건가봐요. 체질이 다 틀리니, 개인에게 맞는게 무언지 잘 연구하고 찾아봐야겠지요.
그래서 결국 망설이다 다시 찾은곳이 피부과입니다.
갔더니 주사한대, 먹는 스테 한알, 항히스타민제 반알, 초록 소화제 한알, 2등급짜리 외용 물약 주네요(소메론정, 잘티진정, 하이스탈정, 스테파론액). 일주일후 오라 하셨고, 병원은 양재 at센터 헌*피부과고 연세 지긋하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약이 쎈듯해서 먹이고도 한걱정입니다.
벌써 일주일 됐구요. 내일 또 가네요. 일단, 치료효과에 놀라고 감탄하고 있긴한데, 스테로이드... 아주 치명적인 유혹이죠. 거기다 의사선생님께서 가리지 말고 다 먹이라는데, 먹어도 된다니까 해방감도 들고 너무 좋은데(아이도 남편도 정말 좋아해요), 훗날이 무서운거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고민중입니다.
지금 중학교3학년. 황금같은 시기죠. 스테 쓰면서 잘 먹고 몸관리하는거....가능할까요? 아이 몸을 담보로 너무 욕심내는걸까요?
다른분들은 목숨걸고 탈스까지 하시던데, 다시 스테로이드의 세계로 가야하나...그것도 더 센 약으로.
그러나 현실도 사람 사는모습이 아니고, 사는게 너무 피폐해요. 겪어보신분들 아시지요?
지난 2년간 채식위주로 먹이다보니(완벽하게 제한한건 아니예요. 학교급식은 부분제한하고, 명절, 가족행사 등등), 결국 아토피가 좋아지지도 않고, 몸은 허약해지고 말라깽이에,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항상 음식을 앞에두고 참아야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잘먹고 성장해야할 시기인데 상처가 너무 많이 남은것 같더군요.
그래서 청소년기 만이라도 골고루 먹이고 싶어요. 인스턴트는 좀 제한하구요. 이제부터 운동(전에 하던 격투기)다시 시킬거구, 면역에 도움되는 음식 먹이려고 합니다. 유산균제랑 이곳 어떤분이 추천해주신 생마늘(아님 흑마늘), 항상 먹던 채소과일주스, 배도라지양파차 등과 신선한 채소 과일 고기 등등. 이렇게 병원치료와 음식 잘먹고 몸관리 하면서 몇년 지내는거 무리인가요?
물론, 결정은 제가 하는거고, 마음이 어느정도 기울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싶네요. 여기 올리신 글들 읽으면서 눈물도 났고, 마음을 더 추스려야할거 같은데, 여러분 도와주세요.
다급한 마음에 글도 두서없고 길기만 한것같아 죄송하고, 그럼에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바보같이 한탄만 하지는 않을께요. 제 아들도 좀더 힘내줬음 좋겠네요. 너무 착하기만 해서 바보스러울 정도인 녀석이거든요.
지금 진행중이신 분들, 거의 완치되신 분들, 우여곡절 겪다 탈스에 도전중이신 분들. 부디 자신의 몸에 맞는 치료법 찾으시고 꼭 건강해지시길, 그리고 행복해 지시길 진심으로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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