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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중앙일보] 어린이들이 겪는 환경문제
 
등록일: 2003-01-27 23:52:10 , 조회: 791


강찬수(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envirepo@joongang.co.kr)

1. 어린이의 환경문제 왜 중요한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최종적인 목표가 어린이들이 겪는 환경문제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기나 토양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어린이들은 성인에 비해 훨씬 취약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어린이가 환경오염에 희생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의 환경문제가 해결되면 성인들이 겪는 '보통의' 환경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가 물, 공기, 토양오염과 같은 당장 나타나는 것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극심한 환경문제를 미리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하면  환경문제는 결국 성인들의 문제가 아닌 바로 어린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어머니 뱃속의 태아는 우리 어른들이 남기게 될 지구를 물려받게 된다. 그들의 미래는 우리 어른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커다랗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환경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맑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목적도 크다.
다시 말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이유가 미래 세대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키자는 데 있다면 당연히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혹은 겪게 될 특수한 환경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2. 어린이가 성인보다 환경오염에 약한 이유
유독 물질과 오염된 식수, 공기를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해마다 1천1백만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유엔개발계획(UNDP)․유엔환경계획(UNEP)․세계은행(World Bank) 등이 공동 발간하는 '1998~1999년 세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조악한 취사용 스토브에서 배출되는 연기 때문에 급성 호흡기 질환을 앓다 숨지는 5세 이하의 어린이만도 연간 약 4백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가 성인에 비해 환경오염에 약할 수밖에 없는 근거는 다양하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단위체중 당 더 많은 물과 공기를 들이마신다. 세 살 이하의 어린이는 단위체중 당 성인보다 두 배나 많은 공기를 마신다. 이 때문에 물이나 공기가 오염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물질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가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또 어린이는 기관지가 좁고 점막이 약해 오염물질에 기관지가 노출되면 기관지가 붓거나 수축돼 호흡곤란을 일으키기가 쉽다. 더욱이 어린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경우 성장과 발달 단계에 있는 호흡기에 그 흔적을 남기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평생에 걸쳐 고통으로 남게 된다.
이와 함께 소화기관의 흡수력은 높은 반면 해독, 배출작용을 맡고 있는 신장이나 간, 그리고 면역기능의 발달은 완전하지가 않아 오염물질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해악을 끼친다.
이밖에 어린이의 생활 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는 놀이를 위해 어른에 비해 집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오염된 토양이나 물, 공기를 피할 줄 모른다. 특히 어린이가 기어다니고 걷기 시작하면서 위험성을 알지 못해 흙먼지가 묻은 손을 그대로 입에 넣기도 하고 오염된 놀이기구 등을 입에 넣고 빨기도 한다.


3. 모유 다이옥신 발표에서 드러난 무책임성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하루 섭취 허용량을 30배씩이나 초과하는 다이옥신이 모유(초유)에서 검출됐으나 이를 6개월 정도 먹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 및 해명했다. 하지만 다이옥신의 섭취 허용량의 결정은 70 ㎏의 체중을 가진 성인이 70 평생을 매일같이 먹을 때 10만 명 당 1명 꼴로 암이 걸리는 수준을 기준으로 해서 이를 다시 체중 1 ㎏당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에 따라 3 ㎏짜리 젖먹이 같으면 1 ㎏당 섭취 허용량의 3배로 계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는 키 작은 어른이 아니다. 성장과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70 평생이 아니라 6개월만 먹더라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섭취허용량도 어른을 기준으로 만든 것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확한 연구결과도 없이 괜찮을 것이다라고 해명하는 것은 일단 파동만 막아보자는 무책임한 대응으로 연구자로서도, 국가기관으로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4. 수질오염과 어린이
납에 오염된 물을 같이 마시더라도 어린이 혈액 속의 납 농도는 성인보다 3~4배 높다. 단위 체중 당 물을 더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납에 중독되면 두뇌손상, 소화장애, 빈혈 등이 유발되며 심할 경우 혼수상태를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된다. 특히 뇌와 신경계의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는 납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다.
197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어린이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젖니 속의 납 농도가 높을수록 지능지수(IQ)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80년대 영국 에든버러 지역  6~9세 어린이 5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혈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지능, 셈, 일기 쓰기 등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먹는 물의 납 기준을 50 ppb(한국도 동일하다)이지만 젖먹이 어린이의 경우는 이 보다 훨씬 강화된 10~15 ppb 이하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먹는 물의 납 기준을 10 ppb, 미국은 15 ppb 이하로 정해놓고 있다. 어린이의 경우 더욱 강화된 환경 기준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례다.
한편 질산염(NO3)오염이 심한 물을 첫돌 미만의 아기가 먹었을 때에는 청색증(blue baby syndrome, methaemoglobinaemia)이 유발되는 것은 수질오염에 어린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기의 피부색이 시퍼렇게 변하는 청색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기의 위액(胃液)이 성인에 비해 산도(酸度)가 떨어져 세균들이 성장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위장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 가운데 일부는 물 속에 들어있는 질산염을 아질산염(NO2)으로 환원시키고 이것이 산소(O2) 대신에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 산소부족 현상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5. 대기오염과 어린이
1952년 4천여 명이 숨진 런던 스모그 대참사 당시 어린이들, 특히 한 살 미만의 어린이 사망률은 성인의 2배에 달했다. 이는 대기오염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다.
자동차 증가로 인해 도시 지역의 질소산화물 오염도가 급증하고 있는데 질소산화물(NOx)이 증가하면 호흡기 질환과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또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고 폐를 자극하며 천식, 폐렴과 기관지염까지 일으킨다. 질소산화물로부터 생성되는 오존(O3)은 기관지를 공격,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오존 농도가 높으면 천식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황산가스(SO2), 매연, 일산화탄소(CO), 납(Pb) 등도 어린이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벤젠은 어린이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오존, 아황산가스 등이 천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납은 특히 어린이의 정신발달에 영향을 미쳐 어른이 된 다음에까지 피해가 남도록 하는데  지난 1988년 멕시코시티 신생아의 25%가 혈중 납 농도가 중추신경계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간접 흡연도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큰 오염원이다. 부모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 어린이는 연간 60~1백5 개피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흡연자가 있는 가정의 어린이는 기관지염, 폐렴, 천식 등에 잘 걸리고 한번 걸리면 증세도 심한 편이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천식은 미국 어린이 사이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이며 18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4백80만 명이 천식에 걸려 있다. 어린이는 전체 천식 환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천식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어린이의 10%, 성인의 4.6%가 천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어린이 천식환자의 50% 정도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성인이 된 다음에 재발하기도 한다.

6. 전염성 질병 감염
오염된 물과 공기 중에 포함된 병원성 미생물 등에 의해 전염성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환경문제로 간주할 수 있다.
어린이는 허파 등 호흡기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에 훨씬 취약하기 마련이고 잔병치레를 자주 하거나 영양섭취가 부실한 어린이의 경우는 특히 감염되기가 쉽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는 유럽이나 북미의 어린이에 비해 기관지염이나 폐렴 감염률이 50배 이상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매일 4만 명, 연간 1천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숨지고 매년 1백50만 명은 병에서 살아남더라도 정신적, 육체적인 후유증을 평생 앓게 될 정도로 어린이들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매년 3백만 명의 유아나 어린이는 설사병으로 숨지고 있고 수억 명의 어린이가 반복적인 설사병에 걸려 신체장애나 정신지체 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매년 2백만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데 그중 4분의 3인 1백50만 명이 5세 이하의 어린이다.


7. 어린이 암 발생
암은 성인들만의 질병이 아니다. 의학의 발달로 암으로 사망하는 어린이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어린이 암 환자 발생률은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어린이 암 발생 증가가 독성화학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사고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고 만 15세 이하 어린이 질병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암이다. 미국의 경우 15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매년 8천 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있는데 이는 6백30명 가운데 한 명 꼴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5년 동안 2 종류의 어린이 암이 현저하게 증가했는데 급성 림프계 백혈병은 10% 정도, 뇌암은 30% 이상 증가했다.
성인의 암은 대부분 생활습관에 원인이 있다. 흡연, 식생활, 직업이나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등이 원인인 것이다. 반면 어린이 암 발생의 원인은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환경, 유전, 면역계 이상, 바이러스 감염, 암 유전자 등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 이상이  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요인 중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외에도 방사능, 전자파 등도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5천여 명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1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의 12%를 차지, 사고 다음으로 흔한 사망원인이다. 현재 암치료후 5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를 말하는 암 완치율은 평균 62%로 성인 암의 2배 정도로 높은 편이엇 불행중 다행이다.
한편 환경오염 사고로 인해 수 많은 어린이가 한꺼번에 암 발생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지난 1986년 발생했던 구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과량의 방사선에 노출돼 수많은 어린이들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백혈병, 갑상선 암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8. 유해화학물질, 환경호르몬의 위험
유해화학물질 가운데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환경호르몬의 정식 명칭은 내분비 교란 물질(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이다. 지난 50년 동안 인공 합성된 수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됐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자연계에서 분해돼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다가 생물체 내에 들어와  '활성'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살충제인 DDT가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猛禽類)의 번식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30년 전의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바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 탓이다.
세포막에는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性)호르몬이 부착, 결합하는 부위인 호르몬 수용체(receptor)가 있으며 정상적인 경우 성호르몬이 여기에 부착돼 암컷과 수컷의 기능을 수행한다. 만일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들어왔을 경우 정상적인 호르몬처럼 수용체에 부착돼 수컷이나 암컷의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부추기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게 된다.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과 같은 유기염소계 화합물들은 새들에 있어서 생식과정을 변화시키고 암수의 역할을 뒤바꾸기도 한다. 미국 플로리다의 아포프카호(湖)에서는 유기염소계 살충제로 인해 수컷 악어의 생식기가 심하게 변형돼 번식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환경호르몬은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여 년간 조사에서 정자 숫자 감소, 고환암 발생률의 증가,  요도(尿道)기형 증가 등이 보고되는 것과 관련, 환경호르몬 때문이라는 가설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경우 유방암의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 과학아카데미는 최근 47개 화학물질이 인체와 동물에서 호르몬과 같은 활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1995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환경에서 제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노력해야 할 유기 오염물질  12 가지가 포함된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환경단체인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에서는 60여 가지를 환경호르몬으로 지목하고 있다.
어린이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도 환경호르몬의 피해는 심각하다. 어른들이 환경호르몬을 마구 사용했을 때 태아나 추후에 태어날 어린이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0년대 미국 등에서 유산방지를 위한 처방으로 여성들에게 합성 여성호르몬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DES)로 인한 대참사다. 이들 여성에게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에게서  자궁기형이 나타난 것이다.
꼭 환경호르몬에 의한 장기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어린이 피해는 심각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주민 가운데 매년 1만2천~1만7천 명이 집이나 정원에서 살충제에 중독돼 병원으로 실려 가는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6세 이하의 어린이일 정도다.


9. 기형아 출산과 낙태 문제
다른 원인도 있지만 부모가 유독 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기형아 출산이라는 형태로 어린이가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환경요인에 의해 기형아가 출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기형아 임신․출산이 크게 늘고 있어 신생아 1백 명중 5~6명이 기형, 대사장애, 정신지체 등과 같은 선천이상을 지닌 채 태어나고 있다.
선천이상은 부모로부터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거나 정자․난자가 만들어질 때 염색체가 잘못 옮겨지는 경우, 그리고 태내(胎內)에서 감염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손상을 받는 경우 나타난다.
특히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때 태아의 발달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산모가 흡수한 유해물질이 결국 태아의 혈액 속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어떤 화학물질은 산모와 태아에서 동일한 농도로 나타나지만 어떤 경우는 태아에서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수은(Hg)이다. 지난 1950년대 일본에서 나타난 미나마타병, 즉 유기수은 중독사고의 경우를 보면 성인들보다 어린이들의 피해가 더 극심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지금까지 외국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형아 출산율을 통상 2~3% 정도로 간주해왔으나 최근 들어 5% 정도는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사산아․자연유산․낙태까지 포함하면 전체 태아의 13% 정도가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벤젠이나 납, 유기수은 등은 임신 직후인 2주 이내에 독성효과를 나타내는 반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개 3주 이상 지나야 하기 때문에 일찍 파괴되는 수정란은 임신여부 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선천 이상이나 기형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환경오염에 대한 노출이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단기술의 발달로 발견 자체가 늘고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기는 하다.
한편 기형아 출산 후 겪게 될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낙태도 늘어나고 있다. 낙태 경험자 가운데 3.4%가 이 같은 이유로 낙태를 했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국내에서 연간 1백만 건 이상의 낙태가 행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태되는 기형아 숫자도 태어나는 선천 이상아와 맞먹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가운데에는 기형아 임신은 늘고 있으나 실제 출산에 이르는 경우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 사고사(事故死), 어린이 노동
가정이나 학교,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숨지는 것도 결국은 어린이가 접하는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고 이 역시 넓은 의미에서 환경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어린이가 집안에서 일어난 사고가 병원에 실려가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이다. 영국에서도 5세 이하 유아와 어린이가 겪는 치명적인 사고의 절반 이상이 집안에서 일어난다. 1977~1981년 사이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5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4세 사이의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사고사였다.
일터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이의 경우 훨씬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고무농장에서는 벌레와 뱀에 물려가면서 하루 17시간씩 일하는 어린이도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모로코에서는 카펫을 짜는 어린이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5~14세 사이의 어린이 10억 명 가운데 2억5천만 명이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75%는 주 6일 이상, 50%는 하루 9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어린이들의 노동은 놀랄 정도다. 영국에서조차 11세 어린이의 15~26%, 15세 어린이의 36~66%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몇몇 산업 분야에서는 어린이가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성인에 비해 힘에 부치는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을 할 경우 건강에 어떤 피해가 닥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1999년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노동자들이 매년 2억5천만 건의 산업재해를 당하는데 어린이 노동자의 피해는 1천2만 건에 달한다. 특히 노동과 관련된 어린이 사고 1만2천 건은 치명적인 것이다.


11. 어린이의 환경권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어린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이지만 그러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지도 못하는 어린이의 환경권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이 미래 세대를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명제는 사실 우리 유전자(遺傳子) 속에 포함돼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이나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미래 세대가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근시안적인 이기심은 유해화학물질을 합성해내고 이를 지구환경에 마구 흩뿌리고 있다. 어른들이 파괴한 환경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미래 세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생물학적인 면에서 어쩌면 가장 큰 대의(大義)일 수도 있는 종족보존 본능 자체를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 환경호르몬이나 핵사고 등으로 미래를 잃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기 모순에 갈수록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하루하루 마시는 물과 공기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첫째 공간적(空間的)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리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나 국가적인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서는 지구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인간적(人間的)으로도 관심을 넓혀야 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 개도국의 어려운 이웃이 겪는 어려움,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자신이 겪는 문제에 못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어른들뿐만 아니라 가깝거나 멀리 떨어져 있건 간에
셋째 시간적(時間的)으로도 안목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당장, 혹은 몇 년 몇십 년 동안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 가운데 인간이 살아온 것은 기껏 수십만 년도 채 안 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구 위에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생각한다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관심은 우리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이웃의 어린이, 먼 나라의 어린이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또 우리 아이의 아이, 그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해 나가야 한다.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는 오늘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를 미래세대에게 물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른들만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자만심도 버려야 한다. 당장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어린이들의 용기를 북돋운다면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도둑맞은 미래. 1997. 테오 콜본, 다이앤 듀마노스키, 존 피터슨 마이어. 권복규 역. 사이언스북스. (Our stolen future, 1996)
2. 어린이와 환경. 1991. 국제연합아동기금. (Children and the environment.1990.UNICEF)
3. Children's participation. 1997. Roger A. Hart. UNICEF.
4. Children and the environment. 1993. Matin Rosenbaum, National Children's Bureau of UK
5. Drinking water hazards. 1990. John Cary Stewart. Envirographics.
6. The environment for children. 1996. David Satterthwaite et al., UNICEF.
7. The state of the world's children. 1997. UNICEF.
8. World resources 1988-99. 1998. WRI, UNEP, UNDP, World Bank.

* 이글은 2000년 환경정의포럼 3월월례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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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진아] 살충제의 무차별 살포, 숨을 곳이 없다 
972 2003/02/04
49  [이진아] 환경오염을 이겨내는 몸을 만들자 
1706 2003/02/04
48  [이진아] 황사, 올바로 알고 최대한 막자 
841 2003/02/04
47  [이진아] 신학기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문제 
786 2003/02/04
46  [환경정의시민연대] 숨어있는 환경호르몬을 찾아라! 
1350 2003/01/28
45  [환경운동연합] 미래를 위협하는 침입자, 화학물질과 환경호르몬 
1353 2003/01/28
44  [동아일보] 집안 곳곳 스며든 '환경호르몬' 없애자 
1446 2003/01/28
43  [환경운동연합] 다이옥신에 대한 일반적인 FAQ 
711 2003/01/28
42  [환경운동연합] 다이옥신이란? 
665 2003/01/28
41  [환경운동연합] 환경호르몬이란? 
738 2003/01/28
40  [일본] 수돗물속 염소의 유해성 
1607 2003/01/28
39  [한살림] 플라스틱용기의 유해성 
2177 2003/01/27
 [중앙일보] 어린이들이 겪는 환경문제 
791 2003/01/27
37  [한살림]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문제점과 대안 
1082 2003/01/27
36  [한살림] 또 다른 재앙을 몰고 올 유전자조작식품 
1098 2003/01/27
35  [한살림] 알기쉬운 농약 이야기 
1359 2003/01/27
34  [일본] 일반인과 유기농가의 정자수 
1211 200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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